편두통 진단 받는데 평균 10.1년이나 걸려 
 한 번이라도 병원 찾는 환자 33.6% 불과 
편두통 환자가 편두통을 신경성 두통이나 스트레스성 두통으로 오인해 진단을 제대로 받는 데 10.1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음식을 먹고 체했을 때 머리가 아프다면 90% 이상이 편두통이다. 하지만 편두통 환자 대부분은 신경성 두통이나 스트레스성 두통으로 잘못 알아 제대로 된 진단·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편두통 환자는 830만명 정도(성인의 16.6%)로 추정되지만 평생 한 번이라도 의사를 찾아가는 편두통 환자는 33.6%에 불과하고 편두통을 규칙적으로 치료하는 사람은 16.6%에 그치고 있다. 주민경 대한두통학회 부회장(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은 “편두통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선정한 질병 부담 2위 질환”이라며 "국내에서도 편두통 환자가 심각하게 사회적 제약을 받고 있다”고 했다.

 ◇4시간 이상 반복적으로 두통 생겨 

편두통은 빛·소리·냄새 등 외부자극에 뇌가 과민하게 반응해 뇌 혈관이 수축·이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머리가 맥박처럼 뛰는 것 같은 지끈거리는 통증이 4~72시간 지속되면서 구역감·체함·메쓰꺼움 등과 같은 소화기 증상이 동반된다. 빛·소리에 의해 증상이 심해지기도 한다. 편두통으로 인한 통증은 단순 두통보다 강도가 훨씬 높다. 출산의 고통보다 심하기도 하고, 환자의 70% 이상이 통증으로 일상생활에 제한을 받는다. 편두통에 대한 가장 큰 오해가 바로 한쪽 머리만 아프다는 것이다. 편두통은 왼쪽과 오른쪽, 앞뒤를 번갈아 아프거나 양쪽 머리가 동시에 아픈 경우가 흔하다.

편두통은 예방적인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편두통 환자 가운데 13%만 예방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학회가 예방 치료를 강력 권고하는 편두통 환자는 생활습관 개선과 급성기 치료를 적절히 시행했는데도 △편두통이 효과적으로 치료되지 않거나 △질환으로 장애를 겪거나 △급성기 치료가 효과적이지만 두통 빈도가 잦거나 △급성기 치료제를 월 10~15일 이상 사용해 ‘약물 과용 두통’ 우려가 있을 때다.

예방 치료는 2개월 이상 지속한 뒤 효과를 판단하며, 효과적이라면 3개월 이상 지속 후 용량을 줄이거나 중단할 수 있다. 유지 기간은 두통 빈도·강도, 일상생활 지장 정도 등 환자의 상태에 따라 판단한다.

대한두통학회는 최소 3개월 이상 꾸준히 약을 먹고 예방 치료의 효능·부작용·순응도 평가와 유지기간 결정에 도움이 되는 ‘환자 두통 일기’ 작성을 권고하고 있다. 국제두통학회 편두통 진단 기준에 따라 ‘두통 지속시간, 통증 특성, 동반 증상’과 ‘두통 유발 요인’을 추가해 두통 일기를 적으면 진단과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 대한두통학회는 환자와 의료진의 편의를 위해 ‘두통 일기 앱’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편두통은 치료약이 5종류, 예방약이 10~15종류가 있다. 편두통은 오랜 기간 심한 통증이 반복되는 뇌의 질환이므로 통증 발생 후 복용하는 급성기 치료 못지않게 예방 치료가 중요하다. 대한두통학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편두통 예방 치료 약물 가운데 프로프라놀롤, 토피라메이트, 디발프로엑스나트륨 제제를 권고하고 있다.

송홍기 강동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는 “편두통의 급성기 치료제로는 편두통 특이약물인 트립탄 계열 약(수마트립탄, 졸미트립탄, 알모트립탄)을 주로 쓴다”며 “아스피린 같은 편투동 비특이약물은 심한 편두통에는 효과가 적어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급성기 치료제는 가능한 빨리, 편두통 발생 후 1시간 내에 먹어야 효과가 좋다. 다만 주 3회 이상 급성기 치료제를 복용하면 약물 과용 두통이 생길 수 있기에 트립탄 계열 약은 월 10일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만성 편두통 환자 중 예방약(항경련제, 베타차단제, 근이완제)을 복용해도 효과 없거나 부작용으로 약을 먹기 어려우면 작용기간이 길고 부작용이 적은 ‘보톨리눔 톡신 주사 치료’를 택할 수 있다.

일상에서 편두통을 예방하려면 본인에게 편두통을 일으키는 원인을 찾아 피하는 게 가장 좋다. 앞서 말한 ‘두통 일기’를 작성하다 보면 두통이 커피를 마실 때(카페인 섭취) 시작되는지, 혹은 과음할 때나 늦잠을 잘 때 시작되는지를 알게 된다. 원인을 파악하면 다음은 간단하다. 커피나 술, 늦잠을 줄이는 것만으로 두통을 줄일 수 있다.

<편두통 얼마나 알고 있나요?> 대한두통학회 제공
 ◇편두통 진단 받는데 평균 10.1년 걸려 

대한두통학회는 최근 세브란스병원·을지대병원·의정부성모병원 등 11개 종합병원 신경과를 찾은 207명의 편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한 ‘편두통 환자의 삶의 질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환자들이 한 달에 평균 12일 이상 두통을 경험하며 일상생활에 심각한 장애를 받지만 제대로 진단을 받기까지는 평균 10.1년이 걸렸다. 심지어 진단까지 21년 이상 걸린 환자도 14%(29명)나 됐다. 편두통을 처음 겪고 곧바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3%(27명)에 불과했다. 조수진 대한두통학회 회장(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교수)은 “대다수의 환자들이 일시적인 증상 완화를 위한 진통제 복용, 휴식 등의 소극적인 치료와 관리를 시행하며 두통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이번 조사에서 편두통은 신체뿐만 아니라 심리적 문제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의 절반 이상은 편두통으로 인한 우울감을 호소했고, 신경질적으로 되거나 화를 자주 낸다고 답했다. 이들의 정신질환 경험을 보면 우울증(68%), 불면증(26%), 불안 증상(25%), 공황장애(6%) 등 순으로 나타났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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