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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총리, ‘사법 장악’ 플랜 무산… “행정법원 설치 포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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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총리, ‘사법 장악’ 플랜 무산… “행정법원 설치 포기하겠다”

입력
2019.11.0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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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13년째 헝가리를 통치하는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사법 장악’ 계획이 결국 무산됐다. 독재 플랜의 마무리 단계로서 행정법원을 만들어 사법부를 무력화하려던 1년 가까운 시도가 좌절됐다.

1일(현지시간) dpa통신에 따르면 주디트 바르가 헝가리 법무장관은 전날 국영 MTI통신과 인터뷰를 통해 “정부는 행정법원을 분리해 설립하지 않고 통합된 기존 법원시스템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신 재판 절차가 좀 더 빨리 진행되도록 하는 법안을 조만간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설명했다.

헝가리 정부는 앞서 지난해 12월 법무장관의 감독을 받는 행정법원을 별도로 설치하는 ‘개혁안’을 내놨다. 행정법원에서는 지금까지 일반법원이 관할했던 정부 관련 사건, 선거, 세금 분쟁 등을 다루도록 했다. 하지만 말만 개혁안이지 행정법원 판사의 임용 및 승진, 교육 예산 감독권을 대법원장이 아닌 법무장관이 행사하게 했다. 이렇게 되면 인사ㆍ예산을 무기로 법무장관이 법원에 입김을 미칠 경우 정권이 민감해 하는 사건의 수사나 기소는 당연히 제대로 될 리 없다.

그러나 친오르반 여당연합이 전체 의석의 3분의2를 장악한 헝가리 의회는 행정법원 설치안 통과를 강행했고, 곧 “삼권분립 정신과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시켰다”는 국내외의 강한 반발에 부닥쳤다. 특히 유럽연합(EU)의 압박이 거셌다. EU가 헝가리에 배정된 EU 보조금 삭감을 내세워 오르반을 몰아 세우자 5월 헝가리 정부는 마지못해 “행정법원 설립 계획을 무기한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행정법원 설치는 독재 완성의 마침표일 뿐, 이미 오르반이 사법기관에 채운 족쇄는 곳곳에 포진해 있다. 그는 2010년 재집권에 성공한 직후 검찰총장 임기를 6년에서 9년으로 늘리고 측근을 앉혔다.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법원행정청장 자리도 단지 학창시절부터 알고 지냈다는 이유로 2011년부터 한 여성에게 계속 맡기고 있다. 또 그 해 여당 피데스는 개헌을 통해 대법원장ㆍ대법관을 정부가 해임할 수 있다는 독소조항을 끼워 넣었고, 헌법재판관 정원을 11명에서 15명으로 늘리면서 증원 분(4명) 전부를 여당 맘대로 임명할 수 있게 했다. 2012년 판ㆍ검사 정년을 70세에서 62세로 대폭 낮춰 친여 인사로 물갈이도 완료했다. 이런 식으로 강제 은퇴 당한 법조인만 274명에 달했다.

오르반은 1998년부터 4년 간 첫 총리를 지내고, 총선 패배로 물러났다가 2010년 다시 권좌에 오른 뒤 세 번 연속 승리해 총 13년 간 재임 중이다. 사법 독립을 훼손하는 일련의 조치에도 낮은 실업률 등 경제상황이 나쁘지 않은 덕에 헝가리 내에서는 반대 여론이 크지 않은 편이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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