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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 정황 알고도… 채점 오류 불합격자 방치한 육사ㆍ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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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 정황 알고도… 채점 오류 불합격자 방치한 육사ㆍ공사

입력
2019.11.0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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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43명 합격 조치로 ‘뒤늦은 구제’… ‘은폐 의혹’ 감사도 착수

지난해 3월 6일 서울 태릉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74기 육사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한 졸업생도들이 경례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3월 6일 서울 태릉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74기 육사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한 졸업생도들이 경례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채점 잘못 탓에 불합격한 응시생 43명을 육군사관학교와 공군사관학교가 오류 정황을 알아채고도 구제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사실이 합격자 발표가 난 지 1년 넘게 지나서야 드러났다.

국방부는 1일 “지난해 7월 28일 시행한 2019학년도 사관학교 입학생 선발 제1차 필기시험에서 문제지 표기 배점과 다르게 채점되는 오류가 발생했음을 확인했다”며 “채점 오류를 정정하면 1차 시험 합격 대상이 되는 불합격자 42명에 대해 1차 시험 합격 처리하고 최종 합격 대상이 되는 1명은 최종 합격 조치했다”고 밝혔다. “합격 조치 외에 국가배상법에 따른 배상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국방부는 덧붙였다.

국방부에 따르면 채점 오류는 육사와 공사, 해군사관학교 국군간호사관학교 등 4개 사관학교가 공동 출제한 1차 필기시험 중 국어 과목 2개 문항에서 발생했다. 문제지에 표기돼 수험생이 인지한 20번 문항 배점은 2점, 21번 배점은 3점이지만, 채점 때 사용되는 문항 분석표에는 거꾸로 20번이 3점, 21번이 2점으로 표기됐다. 문제지 표기 점수대로 채점해 오류가 없었던 간호사관학교와 달리 육사ㆍ공사ㆍ해사는 문항 분석표에 표기된 배점을 기준으로 삼았고 결과적으로 수험생이 인지한 배점과 다르게 채점했다.

문제지와 문항 분석표의 배점이 다르다는 사실은 1차 필기시험 합격자 발표 직후인 지난해 8월 13일 공사 선발과장이 발견, 다른 사관학교들과 공유했다. 이에 해사는 채점 오류 탓에 불합격 처리된 13명에게 즉시 1차 시험 추가 합격 통보를 해 2차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조치했지만, 육사와 공사는 추가 조치 없이 전형을 마쳤다. 해사는 후속 조치를 다른 사관학교에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채점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모르고 불합격한 추가 합격 대상자는 육사 19명과 공사 24명 등 총 43명이다. 42명은 1차 시험에서 떨어졌고, 공사 합격자 1명은 1차 시험에 합격했지만 최종 합격자 선정 때 잘못 채점된 1차 점수 1점 때문에 탈락했다. 1차 시험 탈락자들을 대상으로 국방부는 현재 진행 중인 2020학년도 입시 일정과 별개로 12월부터 면접, 체력검정, 신체검사 등 2차 시험을 실시하고, 최종 때 탈락한 1명에게는 최종 전형 합격 통지를 할 계획이다. 국방부 구제로 최종 합격한 응시생들은 2020학년도 입학생과 함께 내년 1월 사관학교에 입교하는데, 2020학년도 수험생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정원 외 인원으로 선발한다는 게 국방부 설명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합격 여부 개별 통보 때 배상금 신청 절차도 함께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 사관학교가 채점 오류 사실을 고의적으로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국방부는 본격 감사에 착수했다. 국방부는 지난달 9일 국회 국정감사 자료를 만들다가 해당 사실을 파악하고 곧바로 감사관실이 사관생도 선발 시험 전반에 대한 감사를 시작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금껏 조속한 피해자 권익 구제를 위해 추가 합격자 식별에 중점을 두고 감사가 진행됐다면 앞으로는 누구까지 보고됐는지, 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1년 동안 사실이 밝혀지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은폐 의도는 없었는지 등을 철저히 조사하겠다”며 “감사 결과에 따라 필요하면 수사를 진행하는 한편 지위 고하 상관없이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하고 제도 전반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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