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드라마에게도 다시금 볕들 날이 오는 걸까.
tvN, OCN, JTBC 등 케이블 채널과 종합편성채널이 굵직한 드라마 흥행작들을 탄생시키며 오랜 시간 지상파 채널이 쥐고 있던 드라마 시장의 주도권을 넘겨받은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다.
소위 케이블, 종편 채널의 ‘드라마 부흥기’가 도래함과 동시에 지상파 드라마 시장은 ‘위기론’에 봉착했다. 지상파 3사는 이 같은 위기론을 벗어나기 위해 그간 톱스타와 스타 작가들을 앞세운 작품 론칭 부터 고루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장르물’의 도전 등 다양한 시도를 거듭해 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노력의 결과는 미비했다.
결국 막다른 기로에 선 지상파 채널들은 시청률을 확보하기 위한 자극적인 소재, 소위 ‘막장 코드’로 대변되는 스토리 전개를 선택했다. 당연히 시청자들의 비난 여론이 뒤따랐지만, 시청률 경쟁에 있어 꽤나 안정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상파에게는 ‘울며 겨자먹기’ 식 선택이 아닐 수 없었다. 파격적인 편성 변경을 통한 ‘시청자 잡기’ 전략 역시 이 같은 맥락 속 이루어졌다.
이처럼 꽤 오랜 시간 동안 그야말로 ‘갈 곳 잃은’ 신세였던 지상파 드라마들이 최근, 과거의 명성을 찾기 위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기세다. 그만큼 지상파 드라마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현재 시청률 황금 시간대인 평일 오후 10시 드라마 시청률 동시간대 1, 2위는 모두 지상파 작품들이 꿰차고 있다. 월화극의 경우 SBS ‘VIP’와 KBS2 ‘조선로코-녹두전’이 각각 7.6%, 7.4%(29일 방송분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였으며, 수목극의 경우 압도적으로 KBS2 ‘동백꽃 필 무렵’이 1위를 차지했다. 지난 31일 방송된 ‘동백꽃 필 무렵’의 시청률은 18.4%였다. 그 뒤를 이어 SBS ‘시크릿 부티크’와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가 각각 4.0%, 3.3%를 기록했다. 금토드라마 역시 SBS ‘배가본드’가 11.6%(26일 방송분 기준)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달리고 있다. 주말드라마의 경우 지상파의 위기론이 대두됐을 때도 KBS2 주말극이 압도적인 시청률을 기록해 왔던 만큼 논외로 하겠다.
이 같은 시청률이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현재 동시간대 1위를 기록 중인 모든 지상파 작품들이 같은 시간대 방송되는 케이블, 종편 채널 작품들과 약 2배가량의 스코어 차이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간 지상파 채널을 외면해 왔던 시청자들이 다시금 채널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는 점은 향후 지상파 드라마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 시그널로 해석된다.
시청률뿐만 아니라 화제성 면에서도 현재 지상파가 거둬들이고 있는 성적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일례로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의 경우, 지상파 3사의 수목극 가운데 시청률로는 가장 낮은 스코어를 기록 중이지만 2049 시청층을 강타하며 높은 화제성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현재 방송 중인 비지상파 드라마의 경우 크게 두드러진 화제성을 기록하고 있는 작품을 찾아보긴 어렵다.
오랜 가뭄 끝 만난 ‘오아시스’ 같은 지상파의 부흥기다. 시청자를 붙잡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 속, 결국 해답은 좋은 스토리와 흡입력 있는 연출, 좋은 배우들의 좋은 연기에 있었다. 아직 지상파 드라마 시장의 청신호는 온전히 켜지지 않았다. 지금의 기세를 몰아 지상파가 화려한 부활을 알릴 수 있을지, 곧 다가올 미래가 궁금해진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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