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232표 반대 196표, 민주ㆍ공화 당론 투표
트럼프 “마녀사냥” 반발… 대선 레이스 먹구름
민심도 반반... 탄핵 찬성 49%, 반대 4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둘러싼 워싱턴 정가의 대립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실시된 탄핵 조사 결의안 투표에서도 민주당과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철저히 당론에 따라 표를 던지며 각을 세웠다. 의회의 탄핵 조사 절차가 공식화되자 민주당은 고무된 반응을 보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마녀사냥”이라고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1년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2020년 11월 3일) 레이스에도 ‘탄핵’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울 전망이다.
이날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하원은 이날 찬성 232표, 반대 196표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 결의안을 승인했다. 하원 전체 의석(435석) 중 무소속 1석, 공석 3석을 제외한 민주당과 공화당 의석이 각각 234, 197석임을 감안할 때 당론 투표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의 경우 기권 3명을 제외한 전원이 반대표를 던지며 단결력을 과시했다. 민주당 역시 1명이 기권하고 공화당 강세지역을 지역구로 둔 2명만 반대표를 던졌을 뿐이었다.
통과된 결의안은 A4용지 8쪽 분량으로 현재 진행 중인 탄핵조사 절차를 명확히 규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간 3개 상임위에서 진행해온 비공개 증언 청취를 정보위 중심의 공개 청문회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밖에 탄핵안 초안 작성과 법사위 표결, 대통령 측의 방어권과 절차 등도 명시됐다고 NYT는 전했다.
다만 결의안의 내용보다 이번 표결로 민주당 주도 탄핵 조사에 절차적 정당성이 부여됐다는 데 더 큰 의의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탄핵 조사가 의회의 공식 표결 없이 시작돼 불법이며 비공개로 이뤄져 공정하지 못하다고 주장해왔는데 야당이 이를 반박할 근거를 쥐게 됐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를 무기로 향후 탄핵 조사에 더욱 박차를 가할 태세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하원은 국민이 직접 사실을 알 수 있도록 공개 청문회 절차를 확립해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CNN은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 민주당이 추수감사절(11월 28일) 이전에 공개 청문회를 개최하고 크리스마스까지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치는 일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인사들은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원 표결 직후 트위터에 “미국 역사상 가장 거대한 마녀사냥이 벌어졌다!”고 썼고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투표소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수 없다는 두려움 때문에 탄핵 시도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으론 하원이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킬 경우를 대비, 공화당 상원의원 표 단속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상원에선 공화당이 53석으로 민주당(45석)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어 20표 이상의 반란표가 나오지 않는 한 탄핵소추안을 부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의원들의 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하고, 이들에 대한 기부 독려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상원의원 9명을 백악관으로 불러 닭 요리 오찬을 대접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탄핵에 반대하는 상원의원에게 보상을 줌으로써 망설이는 의원들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출발선에 선 탄핵조사를 앞두고 민심도 정확히 반으로 갈렸다. 1일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 공동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49%, 반대가 47%로 나타났다. WP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 당시 찬성 비율(27~41%)보다 높고, 당파적으로 더 분열됐다”고 전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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