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우리 수출이 14.7%나 감소하면서 2년 연속 수출 6,000억달러를 돌파하겠다는 정부 목표가 사실상 좌절됐다. 올해 1~10월 누적 수출액은 4,529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3% 감소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남은 2개월간 1,471억달러 이상 수출해야 하는데, 올해 수출이 가장 많았던 게 4월의 488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수치다. 우리 수출은 3년만에 ‘마이너스 성장’하게 됐고, 현재 추세라면 5,500억달러 수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월 수출액이 467억8,000만달러로 집계돼 11개월 연속 감소했다고 1일 밝혔다. 지난 6월 이후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감소이자, 2016년 1월(-19.6%) 이후 45개월 만의 최대 하락폭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6,055억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6,000억달러 수출은 미국, 독일, 중국 등에 이어 세계 7번째였다. 정부는 올해도 수출 6,000억달러 달성 목표를 세우고 수출 품목 다변화, 무역금융 지원 확대 등의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올해 미ㆍ중 무역분쟁, 세계적인 수요 둔화,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 업황 부진 등의 영향으로 수출이 급감했다.
이런 상황은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금융정보 제공업체 IHS마킷 자료를 인용, 일본의 10월 지분은행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확정치가 48.4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9월 확정치(48.9)보다 낮으며 2016년 6월 이후 최저치다. 제조업 PMI는 경기 확장과 위축 상태를 보여주는 선행지표로 기준선 50을 밑돌면 침체 국면이라는 뜻이다. 일본 수출 역시 10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중국도 국가통계국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10월 제조업 PMI가 49.3을 기록, 전달(49.8) 대비 0.5포인트 하락했다. 6개월 연속 50을 넘기는 데도 실패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제조업 PMI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우리 수출은 10월에도 주력 품목인 반도체(-32.1%), 석유화학(-22.6%), 석유제품(-26.2%) 등의 부진이 뼈아팠다.
다만 정부는 11월을 기점으로 수출이 조금씩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0월 수출이 전년 대비 크게 떨어졌지만, 지난해 10월은 1956년 무역통계 작성 이래 역대 2위 수출 실적을 낸 시기여서 이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선박(25.7%), 컴퓨터(7.7%), 바이오헬스(7.8%) 등의 수출이 늘면서 올해 들어 세 번째로 높은 수출액을 기록했다. 최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반도체 가격도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
박태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3분기 반도체 업계 실적을 보면 단가 하락으로 영업이익은 줄었지만, 매출은 2분기 보다 증가했다”며 “반도체 재고 수준이 정상화 단계로 내려왔고, 낸드 플래시 가격은 상승국면, 램의 경우 바닥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부진한 수출을 반등시키기 위해 연말까지 60조원 규모의 무역금융을 지원하고, 3,524개 기업을 대상으로 해외전시회 개최, 무역사절단 파견 등 해외 마케팅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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