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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카톡방담] ‘의석수 확대’ 여론은 부정적…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을까

입력
2019.11.02 10:00
수정
2019.11.02 13:2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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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당이 검토” “5당 원내대표 합의” 

 알려질 때마다 ‘사실무근’ 손사래 

 검으론 ‘여론 반대’ 내세우지만… 

 “이번 건너 뛰고, 22대부터” 얘기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지난달 31일 고등학교 무상교육의 근거를 명문화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본회의장에서 지난달 31일 고등학교 무상교육의 근거를 명문화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의원 정수(定數) 확대가 정치권 핫이슈로 떠올랐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지난달 27일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관련 언급을 하면서부터다. 심 대표는 현행 300석에서 10%를 늘리는 합의를 하면 가장 바람직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의원정수 확대 이슈는 심 대표가 총대를 메고 공론화시킨 모양새지만, 대안신당 유성엽 대표가 애초부터 제기한 이슈이기도 하다. 두 대표는 모두 의원수 늘리기에 부정적인 국민 시선을 고려해 세비 감축 같은 의원 특권 축소를 전제로 이를 제안했다. 여의도 현장 반응이 어떤지 본보 국회취재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의원정수 확대가 다시 부상한 배경이 뭔가요. 당초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지난 4월 선거법개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고, 본회의 부의를 앞둔 상태죠.

여의도 거북이(거북이)=의원정수 확대야 늘 잠재된 시한폭탄처럼 있던 예민한 화두죠. 그런데 “여당이 의원정수 확대를 검토한다”는 내용이 알려졌어요. 여당은 화들짝 놀라 “사실무근”이라며 손사래를 치고 나섰죠.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며 선을 긋고 나선 게 이 이슈의 본질을 보여 주는 장면입니다. 국민 대다수가 “비용 증가”나 “제대로 일하는 국회를 본 적이 없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문제를 먼저 거론하는 건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감수해야 하죠.

불나방=그럼 실제로 여당 분위기가 어떤가요.

거북이=거듭 검토설을 부인했지만, 범여권에서 지속적으로 의원정수 확대가 거론돼 온 게 사실입니다. 실은 학계도 의원정수 확대를 권장해 왔습니다. 국회 전문성 강화를 위해서 개별 의원의 특권을 축소하기 위해 정수 확대가 꼭 필요한 만큼, 반대여론을 국회가 잘 설득해서라도 확대해야 한다는 논리죠. 당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선거법개정안엔 반영되지 않았지만, 심상정 대표가 최근 “작년 12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포함해 여야 5당 원내대표가 ‘비용을 늘리지 않되 10% 이내에서 정수 확대’에 합의했다”고 주장하고 나섰어요.

불나방=국회 주변에선 의원정수를 늘리는 게 좋다는 의견이 많나요, 그 반대인가요.

국회 둔치주차장 E구역(E구역)=지역구 28개를 줄인다는 선거법개정안대로라면 적어도 지역구 56곳이 치열한 ‘분쟁지역’이 됩니다. 여당 의원들도 자기 지역구 생존에 위협을 받으면 반기를 들 수 있죠. 아무리 기명투표라도, 아무리 민주당이 집권당 특권인 기관장 자리를 약속한다 한들 모르는 거죠. 이 때문에 군소 정당이 요구하는 의원정수 확대에 못 이긴 척 동의해 줄 수 있죠. 겉으로는 여론 반대가 높다며 반대 뜻을 표하지만요. 민주당은 한국당을 뺀 야 3당 공조 복원으로 숙원사업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현실적 이유도 있지요.

정론관 마이크(마이크)=여야 5당 모두 속내는 '의원정수 확대가 합리적'이라고 봐야 합니다. 지역구 의원들이 기존 자신의 지역구를 지키면서 군소정당의 의석도 담보하는 안이 의원정수 확대뿐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애초 선거제 개혁 취지도 가장 잘 실현시킬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죠. 다른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의석 수가 적은 것도 사실이에요. 의원정수는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많은 전문가도 의원정수 확대가 맞다는 의견입니다. 하지만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워낙 강해 의원정수 확대를 거론하는 순간 '국회가 또 권력을 키우려고 한다'며 뭇매를 맞게 됩니다. 자칫 밥그릇을 지키려고 여론과 반대로 간다는 오해를 사 총선에도 불리해질 수 있죠. 이 때문에 여의도에선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을까'란 말이 나오며 쉬쉬하고 있죠.

[저작권 한국일보] 여야 정당 의원정수 확대 관련 입장 그래픽=김문중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여야 정당 의원정수 확대 관련 입장 그래픽=김문중 기자

불나방=한국당은 선거제 개편 논의에 원래 부정적이다가 뒤늦게 올 3월 파격적인 비례대표 폐지 당론을 냈어요. ‘물귀신 작전’이란 평가도 나왔죠.

꺼진 불도 다시 보자=한국당의 ‘비례대표 폐지ㆍ의원정수 10% 감축’ 당론은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편을 무산시키기 위해 급조한 측면이 컸어요. 비례대표에 부정적이고 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하는 대다수 여론을 의식한 것이지요. 특히 비례대표 출신인 나경원 원내대표가 이 같은 당론을 추진한 것을 두고 여야 4당은 황당하다는 반응이었죠. 물론 한국당도 마찬가지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영입하는 인재 상당수는 비례대표로 출마해야 할 텐데, 당론 때문에 ‘비례대표 영입’을 나서서 이야기하지 못하는 분위기예요. 다만 나 원내대표가 당론 발표 이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고집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유연하게 토론하겠다” “현재 의원정수 안에서 비례대표를 조금 부활하자는(늘리자는) 부분이 있다면 논의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기긴 했어요.

E구역=상대 당이 논의할 엄두조차 안 나게끔 엉뚱하게 던진 논의 무산용 안입니다. 지난해 12월 15일에 연동형 비례제를 검토한다고 여야 합의해 놓고 느닷없이 비례대표 출신인 한국당 원내사령탑이 비례대표 폐지를 들고 나왔으니까요. 한국당이 ‘보편적 복지’를 선언하며 지난해 11월 ‘출산시 2000만원 지급’ 같은 출산주도성장 공언과 함께 대표적인 ‘황당한 묻지마 대책’으로 보입니다.

마이크=여야 4당은 '해도 너무하다'는 반응입니다. 의원정수 확대를 바라지 않는 여론에 편승해 다른 당에 '반개혁 정당'이란 프레임을 씌우려는 시도이자 정치혐오를 조장하려는 전략이죠. 공당으로선 해선 안 되는 행동을 한 걸로 바라봅니다. 이 때문에 한국당이 내놓은 안은 진정성이 없을뿐더러 진지하게 내부 논의 없이 나온 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야 4당이 한국당에 "자체안을 내놓고 진지하게 논의하자"고 하는 이유죠.

불나방=선거제 개편은 거대 양당이 정당득표율보다 많은 의석을 차지해 민의를 과잉 대표하고 소수정당은 그렇지 않다는 게 당초 개선 취지였죠. 총선이 다가오는데 선거제개편의 결말을 어떻게 전망하나요.

광화문 찍고 여의도=여야 협상뿐 아니라 본회의 표결까지 누구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죠. 지금까진 '무조건 반대'만 외쳤던 한국당도 협의에 나서겠다고 한 상태고,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구체적 협상 전략도 고심하고 있다고 해요. 한 관계자는 "이번은 건너뛰고 22대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한다면 합의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도 하네요.

마이크=현재로선 '부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비관론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의원정수 확대 외에는 여야 5당 모두 만족할 만한 안을 만들 수 없고, 사라지는 지역구가 가시화될수록 의원들의 불안감도 커질 것입니다. 정치인들의 목숨이 달린 총선 공천 과정에선 국민 눈치 보지 않고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는 게 국회입니다. 선거제 개혁안 논의가 활발해질수록 국회는 더욱 정쟁과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정치는 생물이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곳이기에 상황을 예단하기엔 이릅니다. 올 4월 패스트트랙 상정 당시 다들 "이게 되겠느냐"는 반응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요. 정치개혁이란 대의와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당위를 외면하는 것 또한 정치인들에겐 엄청난 부담이 되기 때문이죠.

[저작권 한국일보] 의원정수 확대 관련 정치권 움직임 일지 그래픽=김문중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의원정수 확대 관련 정치권 움직임 일지 그래픽=김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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