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타임스가 ‘기생충’을 올해의 영화로 선정한 가운데, 봉준호 감독이 현지 관객들을 직접 만나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미국비즈니스센터는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할리우드 이집션 시어터(Egyptian Theatre)에서 한국 영화 100주년을 기념해 국내 콘텐츠 산업 관계자와 미국 할리우드 현지 관계자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위한 교류회 및 기념 상영회를 개최했다.
이번 할리우드 교류회에는 디즈니(Disney), ABC, FOX, 넷플릭스 등 현지 주요 콘텐츠 산업 관계자 약 10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2019년 아카데미 출품작으로 선정된 봉준호 감독 작품 '기생충'을 상영해 현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영화 상영 뒤 봉준호 감독과 질의응답 시간도 마련됐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는 1초도 바뀐 게 없는데, 칸에서부터 여기 미국 개봉까지 여러 가지 벌어진 일들이 실감이 나질 않는다”며 “오늘 이렇게 2층까지 꽉 채워주신 걸 보니 잘 될 것 같은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극명히 대비되는 두 가정에 대해 “비슷한 듯 다르다. 가난한 집에선 여자들이 정신 육체적으로 강하고 부잣집은 표면상 모던하고 세련된 것 같지만 실은 매우 가부장적이다. 남편은 부인을 부하직원 다루듯이 한다. 아내는 남편을 상사처럼 두려워한다. 철저히 수직적 관계”라고 설명했다.
또한 봉 감독은 “영화가 기계적이지 않고 생생하게 느껴지는 건 순전히 우리 생생한 배우들의 몫이다. 다소 무례한 비유이긴 하지만, 아무리 꽉 짜여진 스토리보드와 정교한 플랜이 있어도 엄청난 에너지의 물고기들은 펄떡거린다. 우리 배우들이 그런 에너지를 뿜어낸 것”이라고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더불어 그는 송강호에 대해 “한국 관객 입장에서 옆집 형님, 아저씨, 또는 길에서 마주칠 수 있는 남자, 영어로는 ‘에브리 맨’의 느낌이다. 하지만 송강호의 작업 중엔 뭔가 새로운 챌린지가 있다. 후반에 나오는 ‘플랜’에 관한 대사 같은 부분이 그렇다. 어두운 덩어리를 끄집어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클라이맥스 폭발 부분은 솔직히 저 자신도 상당히 의심했는데 송강호라는 배우를 통해 재연하면 가능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마도 다른 배우였다면 시나리오를 쓸 때 한발 물러났을 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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