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여분간 경비대에서 환자 응급조치, “추락시 폭발음ㆍ불꽃은 없어”
“소방헬기가 독도 헬기장을 이륙한 직후 이상징후를 보이더니 육지쪽으로 가지 않고 남쪽 해상으로 비스듬하게 날다 추락했습니다. 폭발음이나 불꽃은 없었습니다.”
신정범(37ᆞ경감) 경북경찰청 독도경비대장은 지난달 31일 오후 11시26분 헬기 추락 사고 순간을 직접 목격하고는 소방과 해경 해군 등 유관기관에 즉각 구조를 요청했다. “독도 동도에서 200~300m 떨어진 해상에 헬기가 추락했다”는 것이 그의 119 신고내용이다.
그리고는 동도 선착장에 대기시켜둔 8인용 고무보트를 급히 사고현장 인근으로 출동시켰다. 보트 자체가 규모가 작아 사고현장까지 접근하기가 힘들었지만 구명조끼를 입은 탑승자들을 구하기 위해 수색을 감행했다. 애석하게도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신 대장이 홍게잡이 어선 88대왕호로부터 신고를 받은 것은 31일 오후 11시17분. 상황실에 있던 신 대장은 무선망을 통해 “손가락이 절단된 환자가 있는데 헬기를 불러줄 수 있나”라는 구조요청을 받았다. 신 대장이 119에 연락했더니 대구에 있는 헬기가 올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곧 GPS로 선박의 위치를 파악한 후 독도 동도로 접안토록 했다. 이날 오후 10시 7명이 탄 88대왕호가 동도선착장에 접안했고, 응급환자와 동료 선원을 경비대 식당으로 안내했다.
신 대장은 상처 부위를 보고는 환자가 수술을 받기로 한 대구의 W 수지접합 전문병원에 전화를 해서 응급조치 방법을 문의했다. 80여분간 신 대장과 독도경비대원들은 환자의 손가락 부위를 소독하고 잘린 손가락을 거즈에 싸서 얼음에 보관하는 등 조치를 했다.
오후 11시22분 동도 정상의 헬기장에 119구조본부 소속 EC255 헬기가 도착했고, 환자와 동료 선원이 잘린 손가락이 든 아이스팩을 들고 탑승했다.
헬기는 이륙했지만 상태가 불안정했다. 육지쪽인 서쪽으로 날아야 할 헬기가 남쪽으로 고도를 낮춰 가더니 추락했다는 것이다. 독도경비대에 비상이 걸렸다. 밤새 구조 및 수색작업과 유관 기관에 상황을 공유한 신 대장은 이날 “구조상황이 급하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신 대장은 50일마다 교체되는 독도경비대 규정에 따라 지난달 21일 독도경비대장으로 배치됐다.
김욱조(경정) 울릉경비대장은 “신 대장의 설명으로 봐서 기계적 결함일 가능성이 큰 것 같지만 정밀조사가 필요할 것”이라며 “지역 특성상 헬기 수송이 잦은 독도 인근에서 일어난 사고인 만큼 굉장히 안타까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독도=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윤희정 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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