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트럼프 충동적” 합의에 의구심… APEC 취소로 정상회담 차질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 서명을 추진 중인 가운데, 중국 정부가 미국과의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무역합의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중국 관리들이 최근 자국을 방문한 미측 교섭 담당자 등과 사석에서 이런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중국 측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충동적인 성격을 우려하며 양측이 서명을 원하는 1단계 무역합의에서도 손을 뗄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소식통은 또 “제19기 제4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4중전회)를 위해 베이징(北京)에 모인 중국 정책 결정권자들 중 일부는 미국이 더 많은 대중 관세를 철회하지 않는 한 향후 미중 무역협상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통신은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및 항공기 구매 △지식재산권에 대한 중국 측의 보호 약속 △환율을 조작하지 않겠다는 양측 합의 △지난달 15일부터 부과하려다 미측이 잠정 보류한 추가관세 중단 등이 1단계 합의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내달 15일로 예정된 미국의 대중 추가관세 중단도 합의문에 들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6, 17일 칠레 산티아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별도 양자회담을 갖고 1단계 무역합의문에 서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칠레 정부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 사태를 이유로 개최를 취소하면서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APEC 무산으로 성사가 불투명해진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 “곧 새 장소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칠레가 APEC 개최를 취소한 뒤 중국과 미국은 전체 협상의 60%에 이르는 1단계 무역협정에 서명하기 위해 새로운 장소를 선정하는 데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 주석과 나는 곧 서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은 알래스카나 하와이 등 미국령을 회담 장소로 선호하지만, 중국은 마카오를 대체 장소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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