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협상 계속 맡을 듯…이수혁 대사 “강한 의지 표명”
비건 카운트파트로 최선희 외무성 1부상 떠올라
비건 고위직 발탁으로 한미 관계 긍정적 기대도
북미 실무협상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국무부 부장관에 지명됐다.
백악관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내용의 인선을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비건 대표는 상원 인준 청문회를 거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이은 국무부 2인자 자리에 오르게 된다. 존 설리반 국무부 부장관이 주러시아 미국 대사에 지명돼 전날 상원 인준 청문회를 마치면서 후임 인사가 이뤄졌다.
지난해 8월부터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맡아 대북 실무 협상을 책임졌던 비건 대표는 부장관 승진 후에도 북미 협상 업무를 계속 맡을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는 이날 이수혁 신임 주미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국무부 내 변화와는 무관하게 북미 협상에 적극 임해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확인했다고 주미대사관은 전했다. 이수혁 대사는 이날 비건 대표와의 면담 후 특파원들과 만나 “비건 대표가 자기 신분이 어떻게 되든 지에 관계 없이 북한 핵 문제는 계속 다루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북미 협상을 책임진 비건 대표의 위상이 강화되면서 미국의 대북 정책은 폼페이오 장관과 비건 대표 라인에 무게가 더욱 실릴 전망이다. 10월 초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이후 북미 협상이 교착국면이긴 하지만 실무 협상이 재개되면 협상 라인의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스톡홀름 실무 협상 당시 비건 대표와 함께 북한 측에선 김명길 순회대사가 북한 측 대표로 나섰으나, 비건 대표의 승진 발탁으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카운트파트로 거론된다.
이수혁 대사는 북미 실무 협상과 관련해 “(스톡홀름 협상이) 결렬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협상 재개를 기대하면서도 북미간 물밑 접촉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11월 중 실무 협상 재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예단할 수 있는 뭐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2001년~2003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당시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과 호흡을 맞춘 바 있고 포드 자동차 국제 정부 담당 부회장을 역임했다. 트럼프 정부에서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를 맡아 한반도 문제에 깊이 관여하고 한국 정부 인사들과도 인연을 쌓은 비건 대표가 국무부 고위직에 오르면서 한미 동맹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이 대사는 “비건 대표는 나의 의견을 매우 편안하게 생각하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좋은 친구를 국무부 고위 관료로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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