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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문 대통령 ‘喪中 도발’… 단거리 발사체 2발 쏴

입력
2019.10.31 21:00
수정
2019.10.31 22:5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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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조의문 보내온 지 하루 만에… “美에 실무협상 조기개최 압박” 해석

북한, 평안남도 순천 일대서 미상 발사체 2발 발사. 그래픽=송정근 기자
북한, 평안남도 순천 일대서 미상 발사체 2발 발사. 그래픽=송정근 기자

북한이 31일 오후 평양 북쪽 내륙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2발을 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모친상을 당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날 조의문을 보낸 지 채 하루가 지나기 전에 발사해 그 저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 대다수는 북한이 신형 무기의 완성도를 시험하는 한편, 남측 상황과 무관하게 미국에게 북미 실무협상 조기 개최를 압박하기 위해 발사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후 4시35분쯤, 38분쯤 북한이 평안남도 순천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미상의 단거리 발사체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발사체의 최대 비행거리는 약 370㎞, 고도는 약 90㎞로 탐지됐다. 한미 정보당국은 추가 제원과 탄종 등에 대해 정밀 분석 중이다. 이번 발사는 올 들어 12번째로, 이달 2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한 지 29일 만이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북한 발사 관련 대응책을 논의했다. NSC 상임위 정례회의 도중 발사 소식이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상임위원들은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 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고 그 배경과 의도를 분석하는 한편,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전반적인 군사안보 상황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번 발사는 전날 문 대통령의 모친 고(故) 강한옥 여사 별세에 위로의 조의문을 보낸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실시돼 그 의도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앞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고 강한옥 여사 별세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30일 문 대통령 앞으로 조의문을 전달해왔다”며 “강 여사 별세에 대해 깊은 추모와 애도의 뜻을 나타내고 문 대통령께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김 위원장 명의의 조의문을 남측에 전달한 것은 6월 12일 이희호 여사 서거 이후 4개월여 만이다.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 전날 오후 판문점을 통해 조의문을 전달 받아 같은 날 밤 늦게 문 대통령에 전달했다.

김 위원장이 친서 형태로 조의문을 보내 남북 대화에 긍정적 단초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한때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곧이어 북측이 ‘상중(喪中) 도발’을 하면서 남북관계 전환의 모멘텀을 찾으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남북관계와 관계 없이, 연말로 예정된 북미 비핵화 협상 시한을 염두에 두고 미측을 압박하기 위한 용도로 북한이 무력시위를 했다고 보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미 실무협상 조기 개최를 압박하는 카드로 발사체를 쏜 것 같다”며 “북측은 북미관계를 풀어가는 데 남측 내부 여론을 많이 신경 쓰지 않는 거 같아, 미사일 발사로 일희일비할 필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대해 “강하게 비난한다”면서 “미국, 한국 등 관계국과 긴밀히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도 이날 “우리의 동맹인 일본, 한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blo.com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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