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1일 오후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상에 조의문을 보내온 이튿날이자 올해 들어 12번째 무력시위다. 북미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빈 손으로 끝나고 미국 내 탄핵 논란이 커지면서 북한의 추가 도발이 점쳐지긴 했다. 북한은 한미 양국에 체제안전 보장을 거듭 촉구하려는 의도이겠지만, 무력시위를 포함한 도발로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합동참모본부는 어제 “북한이 평안남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면서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며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발사체가 육상에서 해상으로 발사된 점으로 미뤄 신형 전술지대지미사일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이들 발사체를 탄도미사일로 추정했다. 북한의 무력시위는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을 목전에 두고 동해상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발사한 지 29일만이다.
사실 어제 오전까지만 해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은 살아나는 듯했다.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를 공개 지시하는 등 직접 대남 강경책을 펴온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모친상에 조의문을 보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예상이 많았지만 의외의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은 친서 형식의 조의문을 보낸 바로 다음날 무력시위를 감행함으로써 당분간은 남북 간 경색을 풀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우리 뿐만 아니라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의 성격도 커 보인다. 최근 2인자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까지 나서서 미국에 체제 안전보장을 거듭 촉구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미국이 만족할 만한 답을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연말 시한을 언급했던 만큼 북한으로서도 조급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같은 도발로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우리 국민의 피로감이 높아지면 남북관계 개선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주변국의 협조와 공조에도 부담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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