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슬람국가(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제거 작전 영상을 전격 공개했다. 다만 관심을 모았던 알바그다디의 모습이나 육성은 영상에 담기지 않아 그가 자폭 직전 “훌쩍였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발언은 과장일 가능성이 커졌다.
케네스 매켄지 미군 중부사령부 사령관은 이날 무인기(드론)가 알바그다디 제거 작전 과정을 촬영한 동영상 일부와 사진을 공개하고 지난달 26일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영상은 미군이 헬기를 타고 시리아 북부 이들립의 알바그다디 은신처에 접근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헬기가 다가오자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장 세력이 지상에서 사격을 가했고, 헬기의 대응 사격으로 10~15명이 사살됐다. 매켄지 사령관은 “알바그다디의 병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영상에서는 화면 중앙의 표적을 향해 폭탄으로 추정되는 3, 4개의 검은색 점이 빠르게 돌진하자 잠시 후 버섯 모양의 구름이 피어오르며 화면 전체가 희뿌옇게 변한다. F-15 전투기의 정밀 폭격으로 은신처가 완전히 파괴된 것이다. 작전을 수행한 미 육군 특수부대 델타포스 대원들이 헬기에서 내려 알바그다디 은신처로 은밀하게 접근하는 장면도 있다.
매켄지 사령관은 그러나 “알바그다디가 최후의 순간에 울고 훌쩍이고 절규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해 진위 여부에 의문을 남겼다. 미 CNN방송은 전날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빌려 “트럼프 대통령이 실시간으로 작전을 지켜본 상황실에선 알바그다디의 음성을 들을 수 없었다”고 보도해 거짓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매켄지 사령관은 새로운 사실도 소개했다. 알바그다디가 폭탄조끼를 터뜨렸을 때 숨진 자녀는 당초 알려진 3명이 아닌, 12세 미만의 두 명이라고 전했다. 그의 유해도 사망 24시간 안에 바다에 수장됐다고 밝혔다. 또 알바그다디를 터널로 몰아넣은 익명의 군견은 4년 차 베테랑으로 50번 정도 작전을 수행했으며, 부상 치료 후 임무에 복귀했다고 설명했다. 미 국방부는 “시신의 주인이 알바그다디가 아닐 확률은 10의 26제곱분의 1”이라고 강조했다. 무조건 알바그다디란 얘기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