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영입 1호’ 박찬주 前대장, 최고위원들 반기로 명단서 제외
“언론 보고서야 알았다” 단독 플레이에 불만 터져나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또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들여 영입한 박찬주 전 육군대장을 당 안팎의 반발에 부딪혀 포기하면서다. ‘황교안 체제’의 일원인 당 최고위원들은 영입 인사 명단 공개를 하루 앞둔 30일 ‘박찬주 영입 반대’ 의견을 모아 황 대표에게 전달하는 등 황 대표 리더십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박 전 대장은 본인과 부인의 ‘공관병 갑질 논란’으로 2017년 불명예 전역했다.
최고위원들이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은 그간 당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번번이 ‘패싱’ 당한 불만이 누적돼 폭발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소수의 측근 그룹과 폐쇄적으로 소통하는 황 대표의 이른바 ‘밀실 리더십’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최고위원들은 실제 박 전 대장 영입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다고 한다. 한 최고위원은 31일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총선 공천자 명단을 당 대표와 최고위원 등으로 구성된 최고위원회서 최종 의결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 대표가 총선 예비후보 영입과 관련해 ‘단독 플레이’를 한 것이 그다지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한국당은 31일 국회에서 ‘1차 영입인재 환영식’을 열어 영입 인사 8명의 면면을 공개했다. 윤창현(59)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와 김용하(58)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이진숙(58) 전 대전MBC 사장 등이 포함됐고, 안보 분야 인재로 황 대표가 낙점한 박 전 대장은 일단 빠졌다. 황 대표는 박 전 대장 논란에 대해 직접 언급하는 대신 “오늘은 경제에 주력했고, 앞으로 안보 부분 인재들에 대해 말할 기회도 있을 것”이라고만 했다.
최고위원들이 반기를 들면서 황 대표는 다소 외로운 처지가 됐다. 황 대표 본인의 스타일이 결국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황 대표 주변엔 ‘이너서클’이 존재한다. 황 대표는 매일 오전 박맹우 사무총장과 추경호 전략기획부총장, 김도읍 비서실장 등 핵심 측근들과 일일점검회의를 하는데, 주요 당무와 관련한 1차 의사 결정이 대개 이 회의에서 이뤄진다고 한다. 수도권의 중진 의원은 “황 대표가 소수 측근의 의견에만 의존하니 문제가 반복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최고위원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무력 충돌 가담 의원들에게 공천 가산점을 주겠다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부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을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묘사한 당 홍보 애니메이션까지, 논란을 부른 당 지도부 결정들과 관련해 최고위원회에서 사전 논의를 거친 적이 전혀 없다”고 했다. 다른 최고위원도 “오죽하면 ‘최고위원’이 아니라 ‘감수위원’이라는 말까지 나오겠느냐”고 성토했다.
이에 황 대표가 ‘정치인 황교안’으로 인정 받으려면 소통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신보라 최고위원은 패션 브랜드 ‘구찌’가 중대 결정 사항을 발표하기 전에 2030세대로만 구성된 ‘그림자위원회’의 최종 감수를 받는 사례를 들어 “우리 당에도 ‘감수성위원회’가 필요하다. 그래야 덜 실수하고, 더 참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정치 신인인 황 대표의 정무적 판단을 도와 줄 전문성 있고 경험 있는 인사가 주변에 별로 보이지 않는다”며 황 대표의 과감한 인사를 주문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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