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볼턴에 비공개 증언 요청… “소환장 발부되면 언제든 응할 것” 입장
지난 9월 전격 경질된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입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 생명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미 하원이 트럼프 대통령 외교ㆍ안보 정책 핵심 인물이었던 볼턴 전 보좌관에게 출석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미 CNN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탄핵 조사 상황을 잘 아는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하원이 볼턴 전 보좌관에게 다음 주 비공개 증언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탄핵 조사를 이끌고 있는 엘리엇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은 볼턴 전 보좌관에게 정식으로 소환장을 발부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자발적으로 출석하지 않을 경우 소환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의 변호인 찰스 쿠퍼는 “하원위원회에 자발적으로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소환장이 온다면 언제든 받을 것이란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기꺼이 응하기보단 불가피하게 조사받는 모양새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볼턴 전 보좌관이 입을 열 경우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최근 이뤄진 전ㆍ현직 당국자에 대한 하원 조사에서 그는 백악관 재임 당시 우크라이나에 조 바이든 부통령의 수사를 종용한 데 대해 반대 입장을 견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협상특보였던 크리스토퍼 앤더슨은 이날 하원에 제출한 서면 진술서에서 볼턴 전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에 대한 ‘우려’를 당부하면서 우크라이나 문제의 핵심 인물이라 경고했다고 증언했다. 이제까지 알려진 증언만으로도 볼턴 전 보좌관이 우크라이나 스캔들 당시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봤다는 뜻이 된다.
더욱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전 보좌관은 북핵 문제 등 주요 대외정책이 틀어진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며 감정적으로 충돌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자신이 경질한 옛 참모의 반격 앞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볼턴이 이번 탄핵 조사의 주인공(marquee)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대행은 탄핵 조사와 관련, 공개 증언 의사를 밝혔다고 CNN이 전했다. 그는 지난달 22일 탄핵 조사에서 미 행정부가 정치적 동기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를 보류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한 바 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