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엔 두려움이었고, 한국엔 희망이었던 물건이 있다.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가 초대 조선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겨누는 데 사용했던 자동권총 M1900이다. “탕, 탕, 탕, 탕, 탕, 탕, 탕” 안중근 의사는 이토가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7m 앞에서 정조준해 세 발을 명중시켰다. 네 발은 수행원 네 명을 향해 발사됐다. “꼬레아 우라(대한 만세).” 단 6초 만에 거사는 완료됐다. 조선의 역사를 뒤바꾼 이 총의 행방은 근래까지 묘연했다. 일본은 굴욕적 순간 안긴 ‘물증’을 지우려 했고, 한국 역시 총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산 탓이다. ‘안중근, 사라진 총의 비밀’은 역사집필가인 이성주씨가 의거 110주년을 맞아, 사라진 M1900을 추적한 과정을 담은 책이다. 미국까지 건너가 M1900을 구한 이씨는 복각 과정을 거친 뒤 내년 봄에 실총은 전쟁기념관에, 복각품은 안중근의사기념관에 기증할 예정이다. 책이 되찾은 건 총을 넘어 잃어버린 역사였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안중근, 사라진 총의 비밀
이성주 지음, 우라웍스 기획
추수밭 발행ㆍ312쪽ㆍ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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