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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레터] '국회판 프로듀스 330? 300? 270?’…내년 총선 데뷔 정원은

입력
2019.11.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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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한으로 치닫는 의원수 확대 논란 

국회의사당 전경(왼쪽)과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48의 로고. 한국일보 자료사진ㆍ엠넷 제공
국회의사당 전경(왼쪽)과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48의 로고. 한국일보 자료사진ㆍ엠넷 제공

“늘리느냐 줄이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야말로 ‘대국민 오디션’이라고 할 수 있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 4년마다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대사입니다. 매번 총선이 돌아오면 각 당은 정치개혁이란 화두를 내걸고 다음 국회의원 수를 몇 명으로 해야 하는지 논쟁을 벌어왔죠. 의원정수 얘기입니다. 헌법 41조는 ‘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고 하한선만 명시해뒀고, 국회법에선 의석을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정하도록 했어요. 국회에서 이를 협상할 여지가 있어 매번 막판까지 공방이 이어지는 이유죠.

이로 인해 1948년 제헌국회에선 200명이었던 의원 정수는 매번 이런저런 이유로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다가 19대 국회부터 300명이 됐어요. 현재 공직선거법 21조(국회의 의원정수) 1항은 ‘국회의 의원 정수는 지역구 국회의원과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합하여 300명으로 한다’고 되어 있죠. 20대 국회에서도 이 조항은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그렇다면 내년 4ㆍ13 총선으로 데뷔할 21대 국회에는 과연 몇 명의 자리가 마련될까요.

 ◇의원 수 늘리자는 말은 누가 꺼낸 건데? 

총선을 6개월여 앞둔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등이 제각기 의원정수를 놓고 옥신각신 중입니다. 의원 한 명의 정치적 생명이 걸린 만큼 쉽사리 타협할 순 없는 노릇이죠. 먼저 각 당의 의원 정수에 대한 ‘말ㆍ말ㆍ말’부터 살펴볼까요.

심상정(왼쪽부터) 정의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국일보 자료사진ㆍ연합뉴스
심상정(왼쪽부터) 정의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국일보 자료사진ㆍ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여야 5당,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까지 함께 합의했던 대로 현행 300석에서 10% 범위에서 확대하는 합의가 가장 바람직한 방안.” (심상정 정의당 대표, 10월 27일 기자간담회)

“국회의원 정수를 30석 늘리고, 정치권이 나서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10월 2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하자’고 했지 그런 게(의원 정수 확대) 아니다.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하겠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10월 30일 당 최고위원ㆍ중진의원 연석회의)

“지역구 225명, 비례 75명으로 300명을 절대 넘지 않는 선에서 하는 것으로 당론을 이미 확정했고, 그 원칙을 갖고 협상하겠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 10월 30일 기자간담회)

정리하자면, 이번 의원 정수 확대 논쟁에 불을 댕긴 건 정의당입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으로 처리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시행되는데, 현행 지역구 의석을 유지하려면 의석 수 증가는 불가피합니다. 때문에 정의당에선 의원 수 증원론을 꺼내들었고, 바른미래당도 여기에 찬성했죠. 반면 한국당은 확대는커녕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의원 정수를 10% 감축한 270명으로 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죠. 여당인 민주당 역시 당론을 근거로 일단 난색을 표했지만 사실 다소 애매해요.

사법개혁안 ‘선(先)처리’에 사활을 걸고 있는 민주당은 정의당으로 대표되는 군소야당과의 패스트트랙 연대를 위해선 협상 창구를 아예 닫아버릴 순 없는 상황입니다. 한국당이 심상정 대표의 주장을 ‘가짜뉴스’라고 몰아붙이고 법적 조치까지 운운하면서 공세에 나선 배경에도 패스트트랙 연대를 깨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도 “배지 욕심, 의석 수 욕심이라는 속내와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탐욕 정치세력 간의 야합일 뿐”이라며 패스트트랙 합의 원천 무효화를 주장하기도 했어요.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이 28일 국회 국회의장실에서 회동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 의장,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뉴스1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이 28일 국회 국회의장실에서 회동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 의장,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뉴스1

여야 5당의 과거 ‘합의문’ 진실 여부는 일단 접어두고라도 의원 수 확대를 둘러싼 각 당의 견해차는 좁혀지기 힘들어 보일 정도로 커요. 여야 3당 교섭단체(민주당ㆍ한국당ㆍ바른미래당)는 지난달 31일 선거제 개혁안을 주제로 각 당 원내대표와 의원 1명이 모이는 '3+3' 회동을 열었지만 뚜렷한 진전 없는 탐색전 수준에 그치기도 했어요. 내년 총선에서 어떤 선거제도가 유리한지 각 당의 셈법이 다르고, 의원 정수 문제도 이에 연동돼 있기 때문에 풀기 어려운 숙제입니다.

 ◇의원 정수 때문에 몸싸움도 벌어졌다고요? 

의원 정수 조정을 비롯한 선거법 개정안은 늘 여야의 정면충돌을 불러왔어요. 13ㆍ14대 국회에서 299석이던 의석 수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16대 국회에선 273석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비례대표 의석 확대 요구 등과 맞물려 이를 다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2003년 12월 23일 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목요상 위원장이 정치개혁법 통과를 위해 기습적으로 안건을 상정하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마이크를 잡아당기며 제지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2003년 12월 23일 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목요상 위원장이 정치개혁법 통과를 위해 기습적으로 안건을 상정하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마이크를 잡아당기며 제지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2003년 12월 당시 야 3당(한나라당ㆍ민주당ㆍ자민련)은 국회 정개특위에서 의원 정수를 273명에서 289명으로 늘리는 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하려다 현행 의원 수를 유지하자며 이를 ‘육탄저지’하는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죠. 다음해 3월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정국이 벌어졌고 그야말로 우여곡절 끝에 총선을 겨우 36일 앞두고 국회는 지역구 의석은 16석, 비례대표는 10석을 늘려 의원정수를 299명으로 확정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19대 총선을 앞두고 2012년 국회의 의석 수가 ‘1석’이 늘어났어요. 세종특별자치시 출범과 강원도 원주와 경기도 파주의 분구로 지역구가 3개 늘어나면서 다른 곳에서 3개를 줄여야 했습니다. 자신의 지역구가 통ㆍ폐합될 위기에 놓인 의원들이 환영할 리 없죠. 진통 끝에 결국 국회는 지역구를 영남과 호남에서 각각 1개, 총 2개만 줄이고 국회의원 정수를 299명에서 300명으로 늘리기로 합의했어요.

당시 일각에서는 ‘200인 이상으로 한다’는 헌법 조항이 “200인 이상 300명 미만을 의미한다”라며 위헌론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이와 관련 ‘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규정한 공직선거법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에 대해 “의원정수 결정은 헌법개정사항이 아니라 입법사항”이라며 본안 판단을 하지 않고 각하 결정을 내렸죠.

 ◇헌법보다 넘기 힘든 ‘국민정서법’은 어쩌나 

이처럼 의원 정수 확대와 축소는 끊임없는 논란거리였지만, 대중의 반응은 늘 싸늘했어요. 국회의 ‘밥그릇 챙기기’일 뿐이라는 지적이죠. 한국당이 여의도연구원을 통해 지난달 28일 전국 만19세 이상 1,5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체 여론조사(유ㆍ선 자동응답 조사. 95%신뢰수준ㆍ표본오차 ±2.53%P)에서는 응답자의 73.2%가 ‘의원 수 10% 확대론’에 반대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여기엔 국회와 의원, 정치권 자체에 대한 반감이 깔려있죠.

2015년 4월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우윤근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왕태석 기자
2015년 4월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우윤근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왕태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 역시 과거 의원 수 증원론을 언급했다가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를 맡고 있던 2015년 4월 당의 정책엑스포 행사에서 적절한 국회의원 수를 묻는 질문에 ‘351명 이상’이라는 대답에 스티커를 붙이면서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가 부족하다. 400명은 돼야 한다. 국민에게는 그렇게 인식되지 않고 있지만,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와 비교하면 (인구 수 대비 의원 비율이) 낮다”고 말한 겁니다. 그의 발언으로 당 안팎이 들썩하자 “퍼포먼스로 장난스럽게 한 것”이라고 한발 물러서야 했어요.

어떻게 보면 의원 증원이 위헌이라는 주장보다, 의원 정수를 늘리는 데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라는 ‘국민정서법’이 더 뛰어넘기 힘든 법이죠. 청와대 역시 이 같은 국민정서법을 의식한 듯 최근 정치권에서 나온 의원 정수 확대와 관련해 강기정 정무수석이 “국민들이 동의를 안 할 것”이라면서 조심스런 입장을 내놓은 정도입니다.

 ◇다들 싫다는데 의원 수는 왜 늘리자는 거야 

정의당 심상정(오른쪽) 대표와 윤소하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심상정(오른쪽) 대표와 윤소하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왜 의원 증원 이슈를 띄우고 나선 걸까요. 국회의원 수당(세비) 동결은 물론이고 최대 9명까지 고용 가능한 보좌진 수를 축소하자는 등의 조건을 달았지만,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을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닐 텐데요. 심상정 대표는 지난달 31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기존의 세비 동결 주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세비를 최저임금의 5배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재차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죠.

현재 우리나라 국회는 소선거구제로 뽑는 지역구 의원 253명과 비례대표 의원 47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최다 득표자만 선출되는 현행 소선거구 선거제도가 △사표(死票) 양산 △지역주의 심화 △양당제 폐해를 불러온다는 문제가 있는 만큼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끊임없이 나왔죠. 지난해 12월 손학교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하며 열흘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기도 했죠. 한국당을 포함한 여야 5당은 당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방안 검토’ ‘의원 정수 확대 논의’ 등의 내용을 담은 선거제도 개편 관련 합의문을 발표하게 됐어요.

의원 정수 논란, 어쩌면 국회에서 벌어지는 ‘그들만의 리그’로 비춰질 수 있지만 이는 유권자들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사안입니다. 가장 적정한 의원 수는 몇 명인지, 또 유권자의 뜻이 가장 정확히 반영될 수 있는 구조는 무엇인지는 우리 모두에게 아주 중요하니까요. 의원 당사자뿐 아니라 ‘1인 1표’를 가진 우리들의 밥그릇 역시 달려있는 문제가 의원 정수, 선거제일 겁니다.

 ☞여기서 잠깐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차이점은? 

지난해 12월 국회 협상 당시 야 3당(바른미래당ㆍ민주평화당ㆍ정의당)은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의석 수를 먼저 배정하고, 지역구 당선자로 채워지지 않는 의석을 모두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독일식 100% 연동형’을 주장했어요. A당이 만약 전국에서 10% 지지율을 얻었다면 전체 300석의 10%인 30석을 가져갈 수 있는데, 만약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이 그에 미치지 못했다면 비례대표 의석으로 채워주는 방식입니다. 현행 지역구 의석수(253석)를 유지하면서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한다면 비례대표 의석 반영 때문에 의석 수 증가는 불가피합니다.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은 지난 4월 선거법 패스트트랙에 합의하면서 현실적으로 의석 수를 늘리는 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정당 득표율의 절반만 비례대표로 채우는 ‘준연동제’가 나왔는데요, 300석을 유지하면서 연동형 비례제를 적용하려면 지역구를 줄이고(253석→225석) 연동률도 5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본겁니다.

최근의 의원 정수 확대 공방 역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둘러싼 각 당의 이해득실과 연관이 돼 있는 거죠.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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