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미국 대선(11월 3일)을 1년여 앞두고 대표적인 글로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업체 트위터가 정치 광고를 금지한다고 선언했다. 최근 정치 광고 중단 압박을 강하게 받아 온 SNS 선두 업체 페이스북은 표현의 자유를 위해 민간 기업이 정치 발언을 검열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해 대조를 이뤘다.
트위터 최고경영자(CEO) 잭 도시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트위터에서 모든 정치적 광고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적 메시지는 전달되는 것이지, (금전적으로) 판매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인터넷 광고는 매우 강력하고 상업적으로도 효과적이지만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등 정치 영역에서는 심각한 위험을 수반한다”고 덧붙였다. 트위터는 11월 15일에 정치 광고 중단 정책의 구체적인 기준을 알리고 22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외신들은 이날 트위터가 페이스북의 3분기 실적 공시를 불과 수 분 앞두고 정치 광고 중단 계획을 밝힌 점에 주목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위터의 발표 시점은 (SNS) 업계의 골치 아픈 화두가 된 정치 광고에 대한 두 회사의 엇갈린 입장을 명확히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도시는 트위터 게시글에서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페이스북의 정치 광고 용인 방침에 흠집을 내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그는 정치 광고 용인이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광고 도달(reach)에 대한 비용 지불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17일 저커버그가 워싱턴DC 조지타운대에서 정치 광고 금지가 표현의 자유에 위배된다고 연설한 데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이날 트위터의 발표 직후 3분기 실적 설명회에 나선 저커버그는 “정치 광고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한 때도 있었지만 (결국) 계속 집행하기로 했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페이스북은 이날 시장 기대치인 174억달러를 웃도는 177억달러의 3분기 매출 실적을 공개했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페이스북은 시장 지배적인 디지털 광고 플랫폼인 반면 트위터는 디지털 광고 시장 내 비중이 크지 않다는 차이가 있다”면서도 “두 회사 모두 전체 수익 중 정치 광고의 수입 비중은 극히 일부”라고 강조했다.
트위터의 결정에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선 캠프는 “보수주의자를 침묵하게 하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적인 SNS 마케팅을 펼친 지난 대선에서 패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의원들은 “미국과 전 세계의 민주주의를 위해 옳은 일”이라며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다만 트위터의 정치 광고 금지 결정은 사용자 스스로 정치적 발언을 게시하고 이를 공유하는 기능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를 드러낸다는 평가다. 워싱턴포스트는 “페이스북이 정치 광고 정책으로 비난 받는 반면 트위터에 관해서는 논란이 될 만한 정치적 발언의 공유(retweet) 기능을 문제 삼는 이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6,600만명 이상의 팔로어를 보유한 트럼프 대통령이 정적을 자극하고 국가에 위협이 될 만한 트위터 게시물을 올리는 데 대해 차단하거나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위터는 세계 지도자들의 트위터 게시물이 사이트 이용 규정에서 벗어나더라도 뉴스 가치가 크기 때문에 이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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