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피해 집안으로 몰려… 일본뇌염 90% 9~11월 발생
정화조 소독ㆍ방충망 점검ㆍ배수구 덮개 등으로 막아야
“가을 모기에 밤잠을 설쳤다”, “모기약을 뿌렸는데도 짜증난다”, “모기가 진짜 미쳤나 봐”.
최근 온라인 게시판에는 모기에 시달린 누리꾼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24절기 중 열네 번째. 8월 23일)도 두 달 넘게 지났고, 아침 최저기온이 영상 10도 밑으로 떨어져 쌀쌀한데 때아닌 모기의 습격은 무엇 때문일까요.
◇가을에 모기가 더 많은 건가?
모기 개체 수로만 보면 여름이 가을보다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야행성인 모기는 가을이 되면서 밤 기온이 떨어지니 따뜻한 곳을 찾아 집으로 들어오는 것이죠. 집안에서 자주 마주치다 보니 ‘가을에 모기가 더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다만 일본뇌염을 퍼뜨리는 작은빨간집모기 번식기가 요즘이고 11월까지 기승을 부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일본뇌염 환자의 90% 가량이 9~11월에 발생했다고 합니다. 가을 모기라고 힘이 빠졌을 거라는 생각은 버려야겠습니다.
◇주로 어디서 번식할까?
날씨가 추워진 만큼 여름철처럼 모기가 밖에 있는 물 웅덩이에서 번식하기는 어렵습니다. 모기 전문가인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주로 정화조에서 발생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교수는 “만약 (아파트에서) 우리 동에만 모기가 많다면 십중팔구 지하층을 점검해봐야 한다”면서 “관리사무소에 말해 방제를 할 때 거기에서 모기가 발생하는지 꼭 봐야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파트나 주택, 빌딩 정화조에서 부화해 성충이 된 모기는 보통 배수관을 타고 건물 곳곳으로 이동하거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고 합니다. 실제로 온라인 게시판에는 “집이 15층이어서 여름에도 모기를 거의 못 봤는데, 가을 들어서 심심찮게 나타난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모기 침투를 막으려면?
우선 방충망과 배수구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최근 가을 태풍이 지나가면서 외벽 창문에 달린 모기장이 바람에 밀려 조금 열려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방충창이 휘어져 창문과 딱 붙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네요. 옆에서 보면 붙어 있는지 떨어져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어요. 틈이 있으면 방풍 테이프로 막거나 방충창 틀을 바꿔줘야 합니다.
배수구로 냄새가 올라온다면 모기도 여기를 통해 집안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물이 내려갈 때만 열리는 트랩을 설치하거나 배수구 덮개를 하면 모기의 침입을 막을 수 있겠죠. 트랩과 배수구 덮개는 동네 철물점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팝니다.
또 한 가지는 몸에서 나는 냄새를 없애는 겁니다. 모기는 20m 밖에서 체취를 맡고 접근해 한 10m부터는 호흡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가스를 감지해 돌진한다고 합니다. 땀냄새가 많이 나는 상태로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들어갈 때 모기가 같이 들어올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겠습니다. 모기가 좋아하는 습한 환경, 예컨대 화장실 같은 곳에 주기적으로 살충제를 뿌리는 것도 도움이 되겠습니다.
모기와 잘 이별하시고 가을밤 꿀잠 주무세요.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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