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인류가 일궈 온 기술 혁신의 역사를 집대성한 산업혁명 연대기다. 모두가 ‘4차 산업혁명’을 입에 올리는 시대. 그러나 정작 4차 산업혁명의 정의가 무엇인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자신 있게 말해 주는 이는 없다. 한쪽에선 규제 혁신을 말하는데, 한쪽에선 불법이라 갈팡질팡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을 지낸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은 역사에서 실마리를 찾고자 했다. ‘산업혁명으로 세계사를 읽다’는 1차, 2차, 3차 산업혁명으로 거슬러 올라가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찾는 책이다. 산업혁명을 큰 줄기로 세계사를 총체적으로 살핀 것이 특징이다.
산업혁명은 인류 사회에 대전환을 가져왔다. 1760년대 영국에서 시작된 1차 산업혁명은 증기선과 철도라는 교통수단의 혁신을 이뤄냈다. 독일과 미국이 주도한 2차 산업혁명은 대량생산의 기반을 닦았다. 1970년대 이후 도래한 3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전 세계의 디지털화를 촉발했다.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로 김 전 장관은 ‘융합혁신’을 꼽는다. 하나의 기술이 세계를 바꾸던 시대는 지났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 데이터, 드론, 블록체인, 가상현실 등 분야를 넘나들며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4차 산업혁명의 장밋빛 미래만 다루는 건 아니다. 유례없는 물질적 풍요를 창출한 2차 산업혁명의 절정기였던 1929년 세계는 대공황에 빠졌고, 세계화의 물결이 드높았던 1990년대엔 곳곳에 금융위기가 퍼졌다. 4차 산업혁명기에도 글로벌 리스크는 여전히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산업혁명기엔 그것을 이용하는 쪽과 그렇지 못한 쪽 사이에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이 공통적인 특징이었다고 진단한다. 과학기술과 산업의 관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회 문화 차원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산업혁명으로 세계사를 읽다
김명자 지음
까치 발행ㆍ591쪽ㆍ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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