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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무부 새 공보 규정, 언론의 권력 감시 무력화 시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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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무부 새 공보 규정, 언론의 권력 감시 무력화 시도 아닌가

입력
2019.11.01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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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출입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법무부는 전날 '사건관계인, 검사, 수사업무 종사자의 명예, 사생활 등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를 한 기자 등 언론 종사자에 대해서는 검찰청 출입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의 새 공보기준을 발표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31일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의무사항이 아니라 재량사항"이라고 해명했다. 연합뉴스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출입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법무부는 전날 '사건관계인, 검사, 수사업무 종사자의 명예, 사생활 등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를 한 기자 등 언론 종사자에 대해서는 검찰청 출입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의 새 공보기준을 발표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31일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의무사항이 아니라 재량사항"이라고 해명했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12월 1일부터 시행키로 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 논란이다. 무분별한 피의사실 공표를 막기 위해 마련된 이 훈령에 따르면 사건 피의자 공개소환과 포토라인이 폐지된다. 기소 전 수사정보 공개는 오보가 있거나 동종 범죄 발생 가능성이 있을 경우에 한해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를 거쳐야 가능하다. 기소된 사건도 관계인의 사생활과 진술, 수사 방법 등은 공개하지 않는다. 사건 관련 구두 브리핑도 공보자료가 나올 때 자료 범위 내에서만 허용된다.

수사 과정의 피의사실 공표는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투고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피의자에게 범죄자 낙인을 찍어 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왔다. 기존 검찰 공보준칙에 공개소환, 포토라인 금지 규정이 있었지만 유야무야했던 게 사실이어서 공인까지 포함해 엄격히 적용하려는 취지를 납득 못할 건 아니다. 검찰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수사 정보를 언론에 흘려 여론재판 분위기를 주도하는 행태를 막으려면 정보 공개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런 규제를 통한 피의자 인권 보호가 언론 자유나 국민의 알권리와 동전의 양면이라는 점이다. 공인에게도 공개소환 금지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시비가 엇갈린다. 검찰에 대한 취재를 극도로 제한하면 권력형 비리 등 국민적 관심이 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는지, 수사 과정에 인권 침해 행위는 없는지, 검찰이 내부 비리를 유야무야한건 아닌지 언론이 감시할 기회가 크게 제약받게 된다.

특히 ‘오보’를 한 기자에 대해 검찰청 출입을 제한하겠다는 규정은 검찰이 언론을 통제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 오보의 기준을 누가 어떻게 판단할지 알기 어렵고, 여차하면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을 검사나 수사 종사자의 명예훼손으로 간주해 취재를 차단할 수 있다는 뜻인지 궁금하다. 규정 개정을 앞두고 언론계에 자문을 구했다지만 애초 법무부 개정 초안에 이 내용은 들어 있지 않았다고 하니 구색 맞추기 여론 수렴은 아니었는지 의심스럽다.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 인권 보호도 중요하지만 언론의 취재 활동을 지나치게 제약하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번 규정은 여론을 더 수렴해 손질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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