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전 형들이 썼던 준우승 신화를 나어린 17세 태극전사들이 다시 쓸 수 있을까. 우승후보 프랑스에 무너진 한국이 칠레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16강 진출을 다툰다. 양팀 에이스 엄지성(17ㆍ금호고)와 곤잘로 타피아(17)의 발끝에 양팀의 운명이 달려있다.
김정수 감독이 이끄는 U-17 대표팀은 31일(한국시간) 브라질 고이아니아의 세히냐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프랑스와 대회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1-3으로 졌다. 수비에서 약점을 보인 한국은 ‘우승후보’ 프랑스에 대량실점하며 무너졌다.
프랑스가 2연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가운데 한국은 1승1패(승점3점ㆍ골득실-1)로 같은 날 아이티를 4-2로 꺾은 칠레와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에서 밀려 조 3위로 내려앉았다. 2일 열리는 마지막 3차전 상대는 다름아닌 칠레. 16강 진출이 이 외나무다리 승부에 걸려있다.
올해 U-17 대표팀은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이강인(19ㆍ발렌시아)이 있었던 지난 6월 폴란드 U-20 월드컵과 달리 스타의 부재로 주목도가 덜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선수들의 면면은 그 어느 때보다 탄탄하다. 포항제철고 트리오를 비롯 K리그 산하 유스팀에서 실력을 꽃피운 선수들이 대거 포진했다.
특히 엄지성의 활약을 주목할만하다. 2학년인 엄지성은 대표팀 형들보다 한 살 어린 나이지만 이번 대회 최종 명단에 합류한 ‘럭키 가이’다. 지난 8월 K리그 U-17 챔피언십에서도 3학년 형들과 함께 주전으로 나서 금호고의 우승을 이끌며 베스트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체구(174cmㆍ64kg)는 크지 않지만 발재간과 슈팅력만큼은 최고다. 선수단 내 별명이 ‘슈팅 마스터’일 정도다. 엄지성은 아이티와의 1차전에서도 전반 26분 오른발로 감아찬 프리킥 골로 대회 첫 승을 이끌었다. 한 골 승부가 될 가능성이 높은 칠레전에서 엄지성의 활약이 필수적인 이유다.
칠레에서 가장 위협적인 선수로는 곤잘로 타피아(17)가 꼽힌다. 오른쪽 측면과 중앙을 오가는 다재다능한 공격수 타피아는 프리킥 스페셜리스트라는 점에서 엄지성과 닮았다. 발기술이 좋은 데다, 골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는다는 평가다.
타피아는 2년 전 2017 U-15 코파 수다메리카나 5경기에서 4골을 기록하며 파괴력을 과시했다. 아이티와의 2차전 1-1 동점 상황에서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으로 상대 자책골을 유도했고, 코너킥 헤딩 골까지 터트리며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프랑스전에서 상대 피지컬에 압도당해 수비벽이 무너졌던 한국으로선 요주의 대상 1호다.
24개국이 4개 팀씩 6개 조로 나뉘어 경쟁하는 이번 대회에서는 조 1, 2위 12개 팀과 조 3위 중 성적 상위 4개 팀이 16강에 진출한다. 조 3위가 되면 토너먼트 진출이 불투명한 만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엄지성과 타피아의 어깨가 무겁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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