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조국 수사 느낌은
압수수색을 사후 보고할 만큼
비밀리 수사할 사건이었는지 의문
검찰 수사는 과잉이었고 성급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8일 한국일보 회의실에서 이충재 수석논설위원과 대담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윤석열 검찰’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로 촉발된 촛불 집회가 서초동에 이어 여의도로 옮겨가 주말마다 열리고 있다.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국회가 관련 법안 논의를 본격화하자 법무부와 검찰도 연일 개혁안을 내놓는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조국 사태’가 벌어진 지난달까지 2년 여 동안 재임한 박상기 전 장관을 만나 조국 수사와 검찰 개혁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검찰의 조국 수사를 어떻게 보나.

“퇴임 전부터 예상할 수 없었던 상황이 전개돼 마음이 여전히 무겁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다른 견해가 있겠지만 그렇게 화급한 일이었느냐는 생각이 든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전광석화처럼 압수수색하고 청문회 날 부인을 기소했다. 검찰 수사는 급했고 과잉이었다.”

-검찰이 왜 그렇게 했다고 보나

“나름대로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말하기는 곤란하다. 여러 가지 복합적 이유가 있으리라 본다.”

-검찰의 강제 수사가 시작된 8월 27일 압수수색 보고가 있었나.

“그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답변하고 싶지 않다. 다만 검찰청법상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행사는 사전 보고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번에 검찰이 사후 보고를 했는데 이는 언론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검찰은 사전 보고가 수사의 밀행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는데 간첩 사건이라면 몰라도 일반 사건에서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조 전 장관 가족 관련 사건이 비밀리에 수사해야 할 사건이었다고는 보지 않는다.”

-검찰의 자체 개혁안을 보면 전임 문무일 총장 때 발표했던 것이 대부분이다. 그때는 안 했는데, 이번엔 실행에 옮길까.

“문 전 총장도 직접 수사 축소 방향에 공감했다. 그래서 당시 고검 소재지 지검의 특수부를 제외하고 특수부를 폐지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지검 형사부 가운데 한 개 부서에서 특수부 기능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특수부 수사의 문제점을 해소할 만큼 나아가지 못했다. 현재 대검이 하겠다는 개혁안을 보면 새로운 내용은 없지만 그것만이라도 제대로 실행했으면 한다.”

-법학자로 있을 때와 그 뒤 법무부 장관이 돼서 바라본 검찰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뭐였나.

“밖에서 알기 어려운 것들을 알게 됐다. 검사들의 생각, 행동 양식, 검찰 인사의 문제점을 직접 느끼고 검찰의 조직 문화를 실감했다. 한가지 우려스러웠던 것은 검찰이 한국 사회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잘못된 태도를 가진 검사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검찰의 시각으로, 검찰의 잣대로 우리 사회를 재단하겠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겸손한 태도가 아닐뿐 아니라 민주주의적 가치에도 위배된다. 검찰국가로 나아갈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사고가 아닐 수 없다. 검찰권은 최후의 수단으로 행사돼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검찰 개혁의 본질은 뭐라고 생각하나.

“검찰권에 대한 제도적 통제가 가장 중요하다. 그 다음은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과 균형성이다. 검찰권은 균형감 있게 행사돼야 한다. 중요한 것은 중요하게, 가벼운 것은 관대하게 처리하라는 것이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검사의 권한이다. 중요한 사건을 뒤로 미루거나 관대하게 처리하고, 사회적 폐해가 크지 않은 사건에는 법과 원칙을 들이대는 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다.”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검찰 개혁의 본질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검찰의 문제점을 잘못 본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검찰은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마음먹은 대로 수사해왔다. 정치적 외압으로 인해 수사에 지장을 받은 경우가 있었나. 그리고 중립성은 검찰 스스로 검찰권 행사가 중립적인지 판단할 문제이지 외부에서 지켜주는 게 아니다.”

-이른바 ‘정치의 사법화’ 경향이 검찰 권력을 키운 측면도 있지 않나.

“요즘 여야간 정치적 충돌은 검찰로 가는 게 관행화됐다. 정치권과 검찰이 서로 교감할 통로를 마련한 셈이다. 이런 책임을 정치권에만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검찰이 정치적 사건을 이용해 영향력을 확장해온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검찰뿐 아니라 법원도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게 사법 농단에서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이 검찰총장 인사권을 내려놓는 것이 검찰을 권력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의 인사와 예산을 권력 통제에서 벗어나도록 하자는 말은 겉으론 그럴 듯 하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검찰총장은 무오류 인간이 아니다. 대통령은 권한 행사에 오류가 많고 정치적 외압성이 짙은데 검찰총장은 그렇지 않다는 것은 선입견에 불과하다. 국회에 검찰총장 인사권을 줘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국회의원은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있고 정당 간 입장도 제각기 다르다. 그런 정치 현실에서 국회에 검찰총장 인사권을 주면 어떻게 될지 불을 보듯 뻔하다. 국민들 선거로 뽑자는 주장도 있지만 미국도 연방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이 겸하고 있으며 유럽 어디도 그런 곳은 없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고 있는 검찰총장이 투표로 선출되면 그야말로 무소불위다. 대통령중심제에서 대통령이 검찰총장 인사권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은 TK(대구ㆍ경북) 중용 등으로 검찰을 장악하지 않았나.

“그런 성격의 정부가 들어서면 바로 잡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대통령의 검찰 인사권은 정치권력의 속성에 따라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법무부 장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장관에게 검찰 인사 제청권이 있으니까 정무적 판단으로 대통령을 올바로 보좌할 책임이 있다. 대통령 참모라고 명령만 수행하는 단순한 역할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검찰 고위직 인사 때 청와대와 장관이 협의를 하는데, 아무래도 청와대 의견이 많이 반영되지 않나.

“장관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청와대가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도 중요하다. 상당히 미묘한 부분인데, 일반적으로 검찰 인사에서 법무부 장관의 인사 원칙이 반영되는 게 어려운 건 아니다. 장관과 총장이 합의가 아닌 협의를 하지만 검찰총장의 견해도 중요하다. 검찰 구성원들이 납득할 인사를 해야 공정성이 유지된다.”

-윤석열 총장이 8월 검사장 인사에서 측근들을 대거 승진시켜 논란이 됐는데 제동을 걸지 않았나.

“지난번 인사를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아마 조국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이 되면서 청와대와 법무부의 인사 장악력이 떨어져 그런 것 아니냐고 할 지 모르지만 그렇지는 않다. 검찰총장에게 인사를 맡겨 놓지도 않았고, 총장도 일방적으로 인사를 할 수 없다. 다만, 인사 때마다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다는 점만 말하고 싶다.”

-얼마 전 국회 예결위에서 검찰청 예산을 법무부 예산에서 분리 편성하는 안에 합의했는데.

“만약 사실이라면 바람직하지 않다. 검찰 간부가 예산을 더 달라며 국회에 드나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회와 검찰이 거래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다 못해 정치적 간섭을 받지 않기 위해 검찰총장이 국회에 출석을 않도록 하는 마당에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야당은 공수처장 임명을 사실상 대통령 마음대로 해 ‘정권의 보위부’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정된 법안을 잘 알지 못하고 그런 주장을 하는 분도 있고, 알면서도 정치적 입장에 따라 그러기도 하는 것 같다. 지금 백혜련안에는 추천위원 7명 가운데 야당 추천위원이 2명으로 야당 거부 시 추천이 안되게 돼있다(5분의 4인 6명 이상 찬성으로 처장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한다). 아마 공수처 수사 대상에 국회의원이 포함된 게 일부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 만일 그렇다면 정치인을 제외하는 방안을 협의하면 될 텐데 아예 협의조차 거부하는 건 옳지 않다.”

-공수처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도록 돼있는데, 검찰 개혁 방향과 맞지 않는 것 아닌가.

“정부안을 만들 때 그 부분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처음으로 공수처 설치 정부안을 만드는데 의미를 뒀지 국회에서 그대로 통과돼야 한다고 생각한 건 아니다. 바른미래당 권은희안에는 기소심의위원회를 둬 여기를 통과할 경우만 기소하도록 했는데,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내용은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하다.”

-사개특위에서 오랫동안 논의를 했는데 당시 자유한국당이 반대를 했나.

“그리 적극적인 반대는 없었다. 일부 한국당 의원들은 공수처 법안의 개별 내용을 질문했다. 사개특위에서는 야당의 극히 일부만이 전면적 반대를 했다. 정치 상황이 극단 대립으로 가면서, 특히 패스트트랙에 선거법이 상정되면서 입장이 바뀐 것 아닌가 싶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공수처가 권력 기관의 총량, 즉 전체 권력을 줄이는 쪽으로 가는 추세에 맞지 않다며 반대하는데.

“검찰 이외에 부패 수사를 하는 조직은 다른 나라에도 많이 있다. 이론적으로는 그런 주장을 할 수 있으나 지금 목표는 검찰을 제대로 통제하는 것이다. 검찰 개혁이 화두가 된 원인은 전체 사건의 1~2%도 될까말까한 고위공직자 비리 부패 수사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있어서다. 그런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 게 공수처 설치라고 본다면 그렇게 반대할 일이 아니다.”

-국감에서 법원행정처장이 공수처 수사 대상에 판사가 포함된 것이 삼권분립 위배라고 했는데.

“판사 3,000명과 검사 2,000명이 대상에 포함되기는 하나 판검사의 모든 범죄가 아니고 직무수행과 관련된 것으로 제한돼 있어 실제로는 극소수일 것이다. 형사사법기관 종사자들은 국민의 생명과 신체, 명예 등과 관련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만큼 더 감시 받는 것은 불가피하지 않을까.”

-법원이 사개특위 심의 때 그런 의견을 냈었나.

“일절 그런 의견이 없었다. 이번에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처음 말한 것이다. 판사들도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과거에 있었던 일도 그렇지만 장래를 위해서도 엄정해야 한다.”

-검찰이 최근 국회에 낸 수사권 조정 의견서를 보면 기존 입장에서 후퇴한 것 아닌가.

“상당히 우려스럽다. 검찰의 수사지휘권 삭제에 대해 검찰은 ‘검사의 사법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위도 더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총장이 국감에서 ‘검찰 권한 분산에 동의하고 수사기관 상호 견제가 필요하다’고 밝힌 것과도 배치된다.

-패스트트랙에 상정된 수사권 조정법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를 보장하고 있는데 모순 아닌가.

“일종의 타협적 산물이었다. 검찰의 1차적 직접 수사를 제한하는 게 타당하지만 조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검찰의 반발 등을 고려해 일부 사건에 직접 수사를 허용했다. 그렇다고 경찰의 직접 수사를 제한한 것은 아니다.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는 점차 축소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법무부 장관 때 특수수사 축소를 공언했지만 제대로 시행하지 못했다.

“재임 중 줄이려 했지만 적폐수사로 파견 검사가 오히려 늘었다. 문제점을 알지만 그렇게 못한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여전히 특수부를 줄이면 부패범죄 대응 역량이 축소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형사부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형사부가 특수부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폄하하는 것은 제 얼굴에 침뱉기다.”

-적폐수사 때문에 검찰을 당장 바꾸기는 어려웠다 해도 점진적 로드맵은 짤 수 있지 않았나.

“검찰 개혁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사항이다. 로드맵이 있지만 시간적으로 항상 정확하게 실현되지 못하는 수도 있다. 검찰 공보준칙이 그런 경우다. 개혁은 제도적 개혁 못지않게 단계적으로 바꿔나가야 하는 부분도 있다. 검찰 조직 문화와 검사들의 사고 방식 등을 시민사회 변화에 맞도록 정립하는 것은 장관이 늘 머리 속에 간직해야 할 숙제와도 같다.”

-겉으로는 특수부를 줄인다고 하지만 편법으로 운영할 여지도 많지 않은가.

“검찰 내부의 파견 검사를 줄이는 게 관건이다. 특수부 인원을 줄인다 해도 다른 부서에 파견식으로 충원할 가능성이 있다. 특수수사의 문제는 고소ㆍ고발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 사건이다 보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소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데 있다. 거기서 표적수사와 과잉수사가 나온다. 그 굴레를 확실히 끊으려면 법무부가 내부 감찰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윤 총장과 잠깐 동안이지만 함께 업무를 수행했는데 당부할 말이 있나.

“윤 총장이 취임하자마자 조국 수사가 터져 다른 문제를 진지하게 얘기할 기회가 별로 없어 아쉽다. 총장은 검찰 조직이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항상 검찰 개혁의 선두에 서야 한다. 왜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검찰 조직이 개혁의 대상이 됐는지를 자성할 필요가 있다. 검찰총장은 직접 수사를 하는 평검사 가운데 수석검사가 아니라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책무를 지는 배의 선장과 같다. 검찰 조직이 거듭나도록 맨 앞에서 고민하는 총장이 돼야 한다.”

인터뷰=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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