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청소년 대표 출신 막내 삼총사 의기투합
2016년 아시아 야구 정상을 꿈꿨던 청소년 대표 이정후(21ㆍ키움), 고우석(21ㆍLG), 강백호(20ㆍKT)가 3년 만에 성인으로 다시 뭉쳤다.
프리미어12 대표팀에 뽑힌 셋의 만남은 29일 이뤄졌다. 일찍 시즌을 마친 강백호와 고우석이 먼저 합류했고, 한국시리즈를 뛴 이정후까지 이날 소집되면서 ‘막내 3총사’가 모두 모였다. 3년 전 ‘언젠가는 성인 대표팀에서도 함께 뛰자’고 다짐했던 바람이 현실로 다가오자 이들은 “이렇게 빨리 만날지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 시절 프로에서 빨리 자리 잡고 싶은 생각만 했던 세 명은 눈부신 성장세로 소속팀을 넘어 향후 한국 야구 10년을 책임질 선수가 됐다. 2017년 신인왕 출신 이정후는 올해 타율 0.336, 최다 안타 2위(193개)에 올랐다. LG 마무리 투수 고우석은 35세이브(2위)를 수확하며 팀의 뒷문을 책임졌고, 2018년 신인왕 출신 강백호는 타율 0.336 13홈런 65타점을 기록했다.
한국 야구의 미래들을 바라본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김 감독은 “모두가 대단한 재능을 지녔다”며 “이번 대회에서는 경험 많은 형들이 주축을 이루겠지만 젊은 선수들도 해야 할 역할이 있다. 큰 대회를 경험하고 더 성장해 한국 야구의 미래를 풍성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똘똘 뭉쳐 다니는 막내 3총사는 기념촬영을 하자고 하니 “우린 안 친한데”라며 티격태격 장난을 쳤고, 3년 전 청소년 대표팀 사진을 함께 볼 때는 서로의 외모를 가지고 놀리기도 했다. 이정후는 “작년 아시안게임 때는 박치국(두산)과 함께 갔는데 올해는 (강)백호, (고)우석이와 간다. 고등학교 때 생각이 난다”며 “이렇게 다시 만나 뿌듯하고 우리끼리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고우석은 “자주 봤던 친구들이라 어색함은 없다”면서 “혼자 있으면 적적할 수 있는데 정후와 백호가 있어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백호는 “형들이 합류해서 좋다”며 “친하니까 서로 의지할 수 있고, 대표팀 생활도 재미있다”고 했다.
이들의 목표는 뚜렷하다. 2016년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통한의 오심 탓에 흘렸던 눈물을 프리미어12 우승으로 씻어내는 것이다. 당시 대표팀은 개최국인 대만과 슈퍼라운드에서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6-12로 졌다. 3-5로 뒤진 9회말 공격에서 5-5 동점을 만들고, 10회초 수비에서 무사 1ㆍ2루를 고우석이 실점 없이 2사 2ㆍ3루로 막았다. 이후 상대 4번 타자도 2루 땅볼을 유도, 2루수의 송구가 살짝 빗나간 공을 1루수 이정후가 잡아 타자 주자를 태그아웃 시켰다. 하지만 1루심의 판정은 세이프였다. TV 중계 느린 화면으로 볼 때 이정후가 먼저 태그했으나 오심이 됐다. 결국 대표팀은 억울한 오심에 고개를 숙였고, 누구보다 억울했던 이정후는 눈물을 쏟았다.
고우석은 “하필 오심 순간에 투수와 1루수로 있었던 당사자들끼리 여기 모였다”며 웃은 뒤 “3년 전 아쉬움의 눈물을 이번엔 이겨서 기쁨의 눈물로 바꿔야겠다”고 강조했다. 이정후 역시 “이번엔 무조건 잘해야 한다. 위에 든든한 선배들도 많이 있다”며 이를 악물었고, 대만전에 4번 타자로 홈런포를 치는 등 불방망이를 휘둘렀던 강백호는 “그 순간은 기억에서 잊었다. 형들에게 많이 배워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