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잇단 각료들의 사임으로 기강 해이 지적에 직면했다.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법무장관은 31일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당시 부인의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임했다. 앞서 25일 지역구 유권자에게 금품을 제공한 의혹으로 사임한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 전 경제산업장관에 이은 두 번째 낙마로, 임명권자인 아베 총리에 대한 야당의 추궁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 온라인판(版)은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가와이 장관의 부인인 가와이 안리(河井案里) 의원이 법정 상한액을 넘는 보수를 13명의 선거운동원들에게 지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연설 진행요원이나 수화 통역에 대한 보수의 법정 상한액은 일당 1만5,000엔(약 16만원)인데, 가와이 장관 부인 측은 이를 초과한 일당 3만엔(약 32만원)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슈칸분슌은 선거대책 관계자를 인용해 “가와이 의원이 선거대책을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가와이 장관은 이날 오전 총리관저를 방문해 아베 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그는 이후 취재진에게 “보도를 접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이번 일은 나도 아내도 전혀 모르는 바”라며 “나로서는 법령에 따른 정치 활동, 선거 활동을 실시했다고 믿고 있고 향후 제대로 조사해 설명 책임을 완수하겠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사임 이유에 대해선 “법무 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돼선 안 된다고 생각해 아내와 상의한 후 오늘 아침에 결단했다”고 설명했다.
가와이 장관은 자민당 중의원 의원(7선)으로 지난 9월 개각에서 첫 입각했다. 장관 임명 이전에는 외교담당 총리보좌관과 자민당 총재 외교특보로 활동하는 등 아베 총리의 최측근 중 한 명이다. 그는 당 총재 외교특보였던 지난해 4월 남북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 강연에서 “(이번 회담은) 화려한 정치쇼에 불과하다”며 “북한의 비핵화로 이어지는 게 아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올 1월에는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 간 초계기 위협비행ㆍ레이더 조사(照射ㆍ비추어 쏨) 논란 당시엔 “한국 측이 우방국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근래 한국이 중국ㆍ북한 진영으로 기울고 있어 강하게 우려된다”고 말한 바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총리관저에서 취재진에 “가와이 장관을 임명한 사람이 저”라며 “이러한 결과가 되어 책임을 통감한다.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행정을 앞으로 나아가도록 책임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임은 스가와라 전 장관 낙마 이후 고노 다로(河野太郎) 방위장관과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장관의 잇단 실언으로 야당이 정부ㆍ여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지난달 개각 후 한 달 여 만에 각료들의 낙마가 잇따르고 있는 것에 대한 아베 총리의 책임을 엄격하게 추궁한다는 방침이어서 여야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아베 총리는 가와이 장관의 후임으로 2012~2014년 저출산대책 특명담당장관을 역임했던 모리 마사코(森雅子) 자민당 참의원을 지명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