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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오키나와의 상징 ‘슈리성’ 화재로 주요 건물 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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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오키나와의 상징 ‘슈리성’ 화재로 주요 건물 전소

입력
2019.10.31 10:25
수정
2019.10.31 19:3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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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새벽 일본 오키나와 나하시에 위치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슈리성 터에 복원된 슈리성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나하=교도 연합뉴스
31일 새벽 일본 오키나와 나하시에 위치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슈리성 터에 복원된 슈리성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나하=교도 연합뉴스

일본 오키나와(沖繩) 나하(那覇)에 있는 인기 관광지인 슈리성(首里城)터에 복원된 슈리성에서 화재가 발생해 주요 건물이 정전(正殿) 등이 전소했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31일 오전 2시 40분쯤 슈리성 정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후 소방차 30대가 출동해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슈리성의 중심 건물인 정전 외에 인근 북전(北殿)과 남전(南殿)으로 불이 번지는 등 주요 건물이 거의 소실됐다. 소방대원들은 화재 발생 후 5시간여 만에 큰 불길을 잡고 잔불 진화를 계속하고 있다.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슈리성은 오키나와를 중심으로 번성한 류큐(琉球) 왕국 시대인 약 500년 전에 지어진 건물로, 1933년 일본 국보로 지정됐다. 그러나 태평양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 오키나와 전투 당시 미군의 공격으로 완전히 파괴됐다가 1992년부터 정전을 포함해 전체 건물이 차례로 복원됐다.

류큐 왕국을 상징하는 슈리성의 대표 건물인 정전은 류큐 왕국 시대에 건축된 최대 목조 건축물이다. 건물 구조와 용 모양으로 장식된 기둥은 일본이나 중국에서 볼 수 없는 류큐 왕국의 고유 형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류큐 왕국은 1429년 건국된 독립 왕국으로 한국과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과의 중계무역으로 번성했다. 1609년 사쓰마(薩摩)번의 침공 이후 여러 차례 침략을 받다가 1879년 마지막 왕인 쇼타이(尙泰) 시기 일본 메이지(明治) 시기에 강제 병합됐다. 슈리성 터는 지난 2000년 오키나와에 있는 다른 성의 유적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슈리성에서는 지난 27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일정으로 류큐 왕국 시대의 의식을 재현하는 ‘슈리성 축제’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경찰 측은 화재가 발생한 이날 새벽까지 축제 행사를 준비하는 작업이 진행됐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일본뿐 아니라 오키나와 주민들도 이날 화재 소식에 큰 충격에 빠졌다. 화재 현장을 멀리서 지켜보던 60대 남성은 NHK에 “슈리성은 오키나와 사람들의 마음의 버팀목이기 때문에 불타고 있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남성도 “전후에 겨우 슈리성을 복구했는데 다시 화재가 일어났다고 하니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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