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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역내 병력 동원 압박… ‘제2 사드 사태’ 경보음

입력
2019.10.30 18:32
수정
2019.10.31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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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에 대한 공정한 방위 분담” 美 에스퍼 등 연일 시그널

韓 해군에 남중국해 문제 개입 요구 전망… 미중 사이 샌드위치 우려

지난 23일 영평 사격장에서 실시된 한국군 제5 포병여단의 포사격 훈련 모습. 연합뉴스
지난 23일 영평 사격장에서 실시된 한국군 제5 포병여단의 포사격 훈련 모습. 연합뉴스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게 공정한 방위 분담을 제기하는 미국의 요구가 방위비 인상뿐만 아니라 역내 병력 동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중국을 겨냥하는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에 한국 군의 적극적 참여를 요구하는 것이어서 한국 입장에선 점차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이 전시작전 통제권 전환 이후 한미연합사의 위기 대응 범위를 ‘한반도 유사시’에서 ‘한반도 및 미국 유사시’로 변경하자고 제안한 것은 한미연합사의 군사 대응 범위를 확대하려는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공정한 방위 분담’(equitable burden sharing)을 강조하는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과 직결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맹에 대한 공정한 방위 분담 요구가 결국 역내 병력 동원으로 이어질 것이란 미국의 시그널은 사실 최근 들어 수 차례 발신되어 왔다. 미 국방부는 지난 6월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에서 ‘방위 분담’이란 항목을 별도로 둬서 “미국은 동맹과 파트너들이 공동 위협을 방어하는 책임을 공정하게 분담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우리가 공동 방어를 위해 자원을 모으고 책임감을 나눌 때, 우리 안보 부담은 가벼워지고 비용이 효율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도 지난 8월 취임 후 기자회견에서 “인도 태평양 역내에서 동맹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한 안보 활동을 확장하는 동시에 공정한 방위 분담을 압박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방위 분담 요구에 대해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지난달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미국의 요구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 외에 역내 동맹의 인도 태평양 전략 역할 확대라는 더 큰 의미가 내포돼 있다”면서 역내 병력 동원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통적으로 한반도 내 대북 억지력에 초점을 맞췄던 한미동맹 전략의 전환이 요구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요구가 방위비 인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벌이는 작전에 한국 군의 실제 병력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간 한국에 대한 일방적 방어 조약으로 기능했던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규정을 현실화한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이 같은 미국의 요구는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삼각 군사 협력 강화와 맞물려 있다. 미 국방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는 역내 핵심 도전 대상으로 중국을 지목하면서 한미일, 미ㆍ일ㆍ호주 등의 삼각 협력 강화를 주요 대응 방안으로 강조하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한미일 3각 협력은 인도 태평양지역 평화와 안보에 결정적이다”며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 정보 공유, 대잠수함전, 탄도미사일방어, 재난구호 등의 협력 강화를 제시했다. 한반도 방어에 치중했던 한국을 삼각 협력 체제로 확실히 묶어 인도 태평양 전략의 주요 지렛대로 삼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미국이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 같은 인도태평양 전략 구상에 정면으로 어긋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브루스 벡텔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VOA에 “특히 비용과 직결되는 역내 동맹의 해군력 동원 요구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군력 현대화에 비싼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에 미국이 홀로 중국의 해양 패권에 맞서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선진화된 해군력을 가진 한국 등에게 남중국해 문제 참여를 적극 요구할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남중국해 작전에 한국이 참여하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로 불거졌던 논란 이상으로 파장이 커질 수 있어 한국으로선 난감한 처지에 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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