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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보복’, 미국 음대로까지 튀었나… “중국, 공연 예정 한국인 단원들 비자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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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보복’, 미국 음대로까지 튀었나… “중국, 공연 예정 한국인 단원들 비자 거부”

입력
2019.10.30 18:5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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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이스트먼 음대 관현악단, 결국 올겨울 예정됐던 중국 투어 취소 결정

이스트먼 음대 전경. 학교 홈페이지 캡처
이스트먼 음대 전경. 학교 홈페이지 캡처

미국의 명문 음악대학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이스트먼 음대 관현악단이 올해 겨울로 잡혀 있던 중국 공연 일정을 갑작스레 취소했다. 미중 무역전쟁 탓이 아니다. 중국 정부가 한국인 단원 세 명에 대한 비자 발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로 불거진 한중 갈등의 불똥이 엉뚱하게 미국 음대로까지 튄 셈이다.

30일(현지시간) 미 NBC뉴스 등에 따르면, 뉴욕주 로체스터대학교 이스트먼 음대의 자말 로시 학장은 “모든 단원이 갈 수 있을 때까지 (중국) 투어를 연기한다”면서 이 학교 관현악단인 ‘이스트먼 필하모니아’의 공연 취소 소식을 발표했다. 그는 성명에서 “이번 투어와 관련된 특수한 상황에서 이스트먼 공동체를 위한 최선의 행동 방침이자 우리가 공유하는 가치는 필하모니아가 ‘하나’로서 공연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이스트먼 필하모니아는 이번 겨울 중국 8개 도시에서 12일 동안 투어 공연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9월 말 중국 정부가 관현악단에 소속돼 있는 한국인 세 명의 비자 승인을 거부하며 제동이 걸렸다. 로시 학장은 전날 밤 학교 홈페이지에 ‘학장으로부터의 편지’를 띄우며 이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이 2016년 한국에 미사일방어시스템을 배치하기로 한 결정과 관련이 있고, 중국은 한국의 예술가가 자국에서 공연하는 걸 막음으로써 대응했다”고 말했다. 한국인 단원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비자 발급 거부’ 통보 이유를 이같이 설명한 것이다.

로시 학장은 이 글에서 “한국인 세 명 없이 진행, 공연 취소, 한국 학생의 참여 방법 물색 등 세 가지 옵션이 있는데 마지막 방법은 결국 실패했다”며 “엄청난 윤리적 딜레마지만, 고민 끝에 ‘한국인 단원 세 명 없이’ 중국 투어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중국 공연 약속을 어길 경우, 학교의 명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예상 외로 재학생과 동창, 대중의 반발이 매우 거세자 결국 공연 자체를 취소하는 쪽으로 로시 학장도 결정을 번복했다고 NBC는 전했다. 이 매체는 “중국의 (한국인) 학생 비자 발급 거부는 2016년 한국의 미국 미사일방어시스템(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의 일환”이라고 해석했다.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ㆍ한류 제한령)으로 K팝 아티스트들이 큰 영향을 받았다면서 이제는 클래식 음악을 하는 학생들한테까지 그 여파가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표면적으로는 한국의 사드 배치를 문제 삼았지만, 진짜 이유는 미중 갈등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두 나라 간 무역 갈등은 물론, 이달 초 애플이 중국의 압력 때문에 홍콩 시위대가 경찰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을 삭제하고, 미 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 단장의 ‘홍콩 시위 지지’ 트윗을 중국 관영방송이 비난하면서 중계를 취소하는 등 일련의 사태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AP통신은 미중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정부의 이번 결정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중국 외교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그런 상황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서도 “이는 단지 개별 사건일 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 외교부 관계자는 “통계를 보면 2018년 중국과 한국 양국을 오간 사람은 950만명(연인원)인데, 사드 문제로 한국인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면 작년의 950만명이라는 수치는 어떻게 된 건가”라고 반문했다. 브리핑 후에도 작년 중국을 찾은 한국인이 419만3,000명이라고 추가로 설명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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