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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KT 잊어라… AI 전문기업으로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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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KT 잊어라… AI 전문기업으로 도약

입력
2019.10.30 18:41
수정
2019.10.30 19:14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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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재 KT 마케팅부문장(부사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KT스퀘어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전략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원천 기술 확대, 투자 및 전문인력 육성 등을 통해 AI 전문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설명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이필재 KT 마케팅부문장(부사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KT스퀘어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전략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원천 기술 확대, 투자 및 전문인력 육성 등을 통해 AI 전문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설명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지금 박스오피스 1위 영화 남자 주인공의 어린 시절 사진 찾아서 내 이메일로 보내줘.” 사람이라면 간단히 할 수 있는 일이겠지만, 이 부탁을 받는 게 인공지능(AI)이라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현재 수준에선 분명 “잘 모르겠어요”란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그런데 30일 서울 종로구 KT스퀘어에서 진행된 시연 현장에서 KT의 AI 엔진 ‘지니’는 이 명령을 가뿐히 수행해냈다. KT가 AI 회사로 변신하겠다며 자사의 AI 원천기술 수준을 보여주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거의 모든 산업 영역의 기업들이 ‘AI 기술력이 향후 경쟁력’이라고 강조하는 상황에서 통신사 KT가 AI 전문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KT는 향후 4년간 AI에 3,000억원을 투자하고 AI 전문인력 1,000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니 엔진을 탑재한 AI 단말기를 2025년 1억개까지 늘려 명실상부한 AI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KT가 내세우는 무기는 강력한 AI 원천기술이다. 영화 ‘그녀(Her)’의 AI 운영체제 ‘사만다’, ‘아이언맨’의 ‘자비스’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사람처럼 행동하며, 인간을 도와 정확한 분석과 예측을 제공하는 기술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KT는 이날 대화 영역인 ‘감성ㆍ언어’, 시각 인지 영역 ‘영상ㆍ행동’, 정보 추출 및 판단 영역 ‘분석ㆍ판단’, 제한된 데이터로 결과를 예상하는 ‘예측ㆍ추론’ 등 4개 영역에 걸친 자사 원천기술을 공개했다.

KT의 AI ‘지니’는 식기세척기와 청소기 소리가 울리는 상황에서 두 사람이 각각 한국어와 영어로 말한 문장을 정확하게 분리해냈다. 주변의 소음과 이에 묻히는 작은 목소리 때문에 대화가 제한되는 일반적인 AI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기술 수준이다. “아이폰11 인기가 어때?”, “인기 이유는?” 등 복잡한 질문을 알아듣고 대답이 될 만한 기사를 웹에서 찾아 띄우기도 했다. 짧은 영어 문장을 단 한번만 읽으면 그 사람의 음색을 완벽하게 재현하면서 원어민 발음으로 동화 한편을 읽어내는 기술도 선보였다.

‘분석ㆍ판단’ 영역 시연에선 “KT 광고모델인 축구선수의 어린 시절 사진을 이메일로 보내라”는 명령에 이용자가 자주 접속하는 웹페이지에서 이강인과 손흥민 선수의 과거 사진을 찾아 이메일로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KT 관계자는 “숨겨진 정보를 찾아내고 실시간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한정된 지역의 차량ㆍ신호 정보를 학습해 전체 교통흐름을 예측하고 서울 전체 신호체계 최적화를 진행(예측ㆍ추론)하거나, 사람의 동작을 분석해 실시간으로 3차원(D) 아바타로 재현(영상ㆍ행동)하는 시연 등도 이어졌다.

이런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응용 기술 및 서비스를 상용화해 AI 사업을 스마트공장, 스마트오피스 등으로 확대하고 해외 진출도 가속화한다는 게 KT의 계획이다. 지니 엔진이 적용된 KT AI 호텔 시스템은 다음달 필리핀 현지 호텔 시범 적용을 시작으로, 아시아, 중동 지역으로 서비스를 넓힐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AI 스피커 ‘기가지니’ 등 KT의 기술이 적용된 단말기가 350만개이고, 이를 이용하는 이용자는 700만명에 달한다.

이필재 KT 마케팅부문장(부사장)은 “어디에나 KT의 AI가 존재하도록 하는 게 KT의 비전”이라며 “혁신을 통해 통신사가 아닌,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AI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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