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이 1년 전보다 86만7,000명 늘어난 통계 조사 결과를 두고 때아닌 해석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비정규직 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일자리 질이 나빠졌다는 지적이 나오자 청와대와 정부는 “상당히 과장된 것”이라고 연일 반박하고 있다. 조사기준 변경과 노령인구 증가 탓이지 실제는 다르다는 주장이다. 그러자 야권에서는 “국민을 상대로 정부가 사기를 치는 것이다. 통계청장과 기획재정부 1차관을 즉각 해임하라”는 요구까지 터져 나온다.
논란은 전체 임금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이 12년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는 통계에서 시작됐다. 통계청이 전날 발표한 ‘2019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는 올해 8월 기준 748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86만7,000명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비정규직 비율도 36.4%로 2007년 3월 조사(36.6%)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아졌다. 이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네 번째로 높은 수치다.
이를 두고 청와대와 정부는 통계조사방식이 바뀐 탓이라고 주장한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 고용 지위와 관련한 부분을 바꾸고자 새로운 조사가 들어감에 따라 추가된 질문이 기존의 응답에 변화를 일으켜 추세와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과거 (조사의) 질문이라면 정규직으로 조사됐을 사람들이 비정규직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임금근로자가 51만명이 늘었는데, 그 중 비정규직 비율을 3분의 1로만 잡아도 17만~18만명 이상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런 결과”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설문이 바뀌어 추가된 비정규직 근로자 40만명을 제외하더라도 지난해 대비 36만명이 늘지 않았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딱 부러지는 설명을 못했다. 대신 8월을 기준으로 60세 인구가 55만명 증가하는 등 고령인구 증가한 데 원인을 돌렸다. 황 비서관은 “고령인구 증가라든가 이런 부분을 감안한다면 추세에서 어긋난 증가다 이렇게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용임시일용 조사도 고용의 질을 재는 중요한 척도인데, (같은 8월 조사에서) 상용직이 49만명 늘고 일용직이 2만명 늘었다”며 “엄청나게 고용의 질이 개선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정부가 내놓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비정규직 비율의 기록적 증가를 애써 외면하며 통계 탓만하자 야권에서는 “헛소리로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전날 정부합동 브리핑에 나서 ILO 권고에 따른 통계조사 방식 변경 등을 이유로 꼽으며 “올해 통계를 예년과 직접 비교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밝힌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과 강신욱 통계청장 등의 경질을 요구했다.
한국경제개발원(KDI) 출신으로 야권을 대표하는 경제 전문가인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ILO의 새로운 방식이란 경제동향 등을 조사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3, 6, 9, 12월에 실시하는 부가조사”라며 “8월의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정부의 설명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정말 국민을 바보로 알고, 조삼모사로 국민을 상대로 정부가 사기를 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유 의원은 특히 “소득주도성장,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참담한 실패로 끝나자 정부 스스로 자신이 만든 통계가 믿을 게 못 된다는 헛소리로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을 속인 통계청장과 기재부 1차관을 즉각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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