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타다’ 기소로 혁신경제 큰 충격
신사업 때마다 형사처벌까지 걱정할 판
길은 네거티브규제뿐, 늦으면 미래 없어
모든 사업가는 실패의 위험을 숙명처럼 안고 살아간다. 아이디어와 기술만 갖고 이 살벌한 정글에 뛰어든 스타트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창업의 천국이라는 실리콘밸리에서조차 스타트업의 생존확률은 10% 미만이다. 하물며 이들이 유니콘(자산가치 10억달러 이상)으로 성장하는 건 낙타가 바늘 구멍 지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높은 실패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기술, 새로운 서비스의 도전은 계속된다. 그래서 마크 저커버그가 나왔고 일론 머스크가 나왔으며 마윈이 나왔다. 그런데 실패가 단지 시장에서 외면당해 쏟은 돈과 시간을 날리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수사받고 재판받고 벌금 내고 어쩌면 감옥까지 가는 거라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다. 전과자도 감수하라고 한다면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검찰이 ‘타다’를 불법으로 결론 짓고 두 기업인(이재웅 박태욱)을 기소함으로써 혁신을 둘러싼 논란은 규제에서 이제 형사 영역으로 넘어가게 됐다. 물론 검찰만 탓할 수는 없다. 애초 검찰로 가지 말았어야 했고, 갔더라도 사회적 공감대가 마련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나았겠지만, 그렇다고 검찰로선 접수된 고발장을 한없이 뭉갤 수만도 없었을 것이다. 기소 결정 역시 타다가 중죄를 저질렀으니 반드시 벌 줘야 한다는 뜻보다는, 검찰은 적극적으로 결론을 못 내리겠으니 법원에서 가려달라는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존 시스템과는 다른 신기술과 신서비스를 시작하려는 기업인들은 이제 “규제는 넘을 수 있을까” 정도가 아니라 “이러다 검찰에 불려가는 것 아닐까”라는 공포를 느낄 것이고, 결국 상당수는 시도 자체를 포기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널린 게 규제다. 다른 나라에선 멀쩡해도 한국에선 문제가 되는 서비스가 수도 없다. IT 전문 로펌인 테크앤로의 2017년 조사를 보면 누적 투자액 기준 세계 100대 스타트업들이 한국에서 사업을 추진할 경우 최소 13개는 불법이 되고 44개도 조건부로만 영업을 할 수 있다. 투자금액으로 보면 무려 70%가 한국에선 금지 대상인데 주로 모빌리티 숙박 의료 핀테크 데이터 이용 등 분야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역동적으로 혁신이 꿈틀거리는 영역에서 유독 한국 기업들만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자본을 유치할 수도 없다는 얘기다. .
미국의 우버로 시작된 승차 공유는 동남아(그랩), 중국(디디추싱)까지 글로벌 운송플랫폼으로 이미 자리 잡았다. 미국에선 리프트 비아 등 제2, 제3의 우버들이 생겨났을 정도다. 자율주행시대가 오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14년 우버에 이어 이번 타다까지 택시 시대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게 됐다.
타다가 왜 성공했는지 생각해보자. 법을 어기고 부당한 서비스를 제공해서? 아니다. 오히려 소비자가 원하는 것, 그러나 기존 택시가 제대로 주지 못한 것을 줘서다. 그게 깨끗하고 넓은 실내공간이든, 승객이 원치 않는 한 말을 걸지 않는 기사 때문이든, 골목 안까지 들어가고 한 명씩 다른 장소에서 하차해도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서든, 소비자들은 기존 택시엔 없는 걸 제공하니까 다소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타다를 선택한 것이다. 타다는 소비자가 원하는 걸 파악해 판매했고 소비자는 기꺼이 그것을 구매한 것인데, 너무도 자연스러운 이 시장 현상을 규제하고 처벌하는 게 과연 타당한 것인지. 이를 막았을 때 소비자들의 편익은 어떻게 할 것인지.
택시 종사자들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는 짐작이 간다. 하지만 새 서비스를 봉쇄한다고 그 고단한 현실이 나아지지는 않는다. 이건 정부와 업계가 별도로 다룰 문제다.
법은 결코 시장을 선행할 수 없다. 법규의 잣대를 들이대면 이 세상 새로운 시도는 다 위협이고 불법이 된다. 방법은 하루빨리 규제를 네거티브로 바꾸는 것뿐인데, 정부와 국회는 이럴 시간이 없다. 늦어질수록 행정 규제도 모자라 형사 고발까지 이어지는 상황이 더 심해질 터. 혁신 없는 한국경제엔 미래가 없다.
이성철 콘텐츠본부장 sc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