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웹 처벌 긴급 토론회
“’다크웹’에서 9개월간 968회에 걸쳐 아동 성착취 영상을 다운받아 소지한 A씨는 미국 메사추세츠주 법원에서 5년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우리 법원은 벌금 300만원만 선고했다.”(박예안 변호사ㆍ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아동성착취 사이트 다크웹 문제와 대안마련을 위한 긴급토론회’에서는 아동 성착취영상 사이트를 운영ㆍ이용하다 적발된 손모(23)씨 등 한국인 범죄자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토론자들은 우선 사이트 운영자 처벌 강화만큼이나 이용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불법임에도 접속해 돈을 지불해가며 아동 성착취물을 소비하고 공유한 사람들이 사이트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 있어 산업이 유지되지만 수사기관이 이를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변호사도 “손씨의 한국 법원 판결문은 ‘아동청소년 음란물 중 회원들이 업로드한 것도 포함됐다’는 사실을 피고인에 유리한 정상으로 적용했으나, 미국은 오히려 이를 ‘공모혐의’라며 별도 기소조항으로 적시했다”며 “법원이 이 문제를 아동의 피해 정도가 아닌 소비 횟수로만 따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동 성착취물 관련 수사에서 피해자의 보호와 구제가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아동ㆍ청소년이 피해를 신고해도 수사기관은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줄곧 무혐의 처분을 한다”며 “피해자가 어릴수록 수사기관이 적극 나서 가해자가 촬영한 내용을 확인해야 하는데도 아동에 입증책임을 돌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아동이 대가를 받기라도 하면 아예 수사조차 진행되지 않는다.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소장은 “현행법은 여전히 (아동이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했다는 뜻의) ‘대상 청소년’ 규정을 두고 있어 피해자로 인정받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행법의 ‘아동ㆍ청소년 이용 음란물’ 기준이 너무 협소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행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영상 속 피해자가 아동ㆍ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되는 경우에만 아동음란물로 인정한다. 이현숙 대표는 이를 “2차성장이 나타나지 않은 사춘기 이전 아동만 보호하는 기준”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또한 아동에 대한 성폭력을 정당화하는 다양한 영상물을 규제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박찬미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실제 아동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동 성착취와 관련된 가상포르노ㆍ애니메이션 소비는 용인한다면 아동에 대한 그릇된 성의식은 지속될 것”이라고 짚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도 아동 성착취 관련 내용이 담긴 만화나 게임까지 ‘아동 포르노그래피’로 포괄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이번 사건을 비롯한 아동 성착취 영상 범죄를 개인의 일탈이 아닌 조직적 범죄로 보고 수사ㆍ처벌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박 변호사는 “요즘은 다크웹 뿐 아니라 일반 채팅 앱으로도 성착취가 가능한데다 인터넷의 특성상 단 한번의 영상 공유로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며 “이를 참고해 양형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하영 소장은 “성착취 영상 사이트 운영자가 단순히 공간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이 (착취) 시스템을 주도하는 만큼, 형량도 높이고 기술적 차단방법도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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