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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만나다] 김가영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세계챔피언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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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만나다] 김가영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세계챔피언 될 수 있어”

입력
2019.10.31 08: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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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포켓볼 퀸’ 김가영과 유망주 서서아

※ 어린 운동 선수들은 꿈을 먹고 자랍니다. 박찬호, 박세리, 김연아를 보고 자란 선수들이 있어 한국 스포츠는 크게 성장했습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여전히 스타의 발자취를 따라 걷습니다. <한국일보>는 어린 선수들이 자신의 롤모델인 스타를 직접 만나 궁금한 것을 묻고 함께 희망을 키워가는 시리즈를 격주 목요일 연재합니다.

김가영(오른쪽)이 지난 10일 서울 성동구에 있는 김가영포켓볼아카데미에서 서서아의 수구 컨트롤을 봐 주고 있다. 배우한 기자
김가영(오른쪽)이 지난 10일 서울 성동구에 있는 김가영포켓볼아카데미에서 서서아의 수구 컨트롤을 봐 주고 있다. 배우한 기자

서울 성내동의 한 건물 3층. 파란 테이블로 가득 찬 공간은 ‘포켓볼 여제’ 김가영(36ㆍ브라보앤뉴)이 후진 양성을 위해 3년 전 선배 현지원과 의기투합해 문을 연 ‘김가영 포켓볼아카데미’다.

김가영은 한국 당구가 배출한 ‘월드 스타’다. 1996년 당구에 입문해 국내는 물론이고 2011 WPBA 투어 챔피언십과 2012 세계 여자10볼 세계선수권, 2014 WPBA 마스터즈 등 세계 유수의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었다. 2015년엔 차이나오픈 우승으로 여자 포켓 선수 최초로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 석권)을 달성했다. 2006년에는 국내 당구선수 사상 처음으로 세계랭킹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세계선수권에서만 세 차례 우승(2004ㆍ2006ㆍ2012년)을 차지했고, 각종 국제대회에서 30회 이상 정상에 오른 ‘포켓의 신’이다.

그는 올해 3쿠션으로 종목을 바꿔 새 도전을 하고 있다. 정식등록선수는 아니지만 새로 출범한 프로당구(PBA)에 초대 파나소닉오픈부터 지난 9월 열린 TS샴푸 4차 대회까지 빠지지 않고 나갔다. 포켓볼로 세계를 평정한 김가영이지만 과거 대한당구연맹 주최 3쿠션 대회에서도 우승 경력이 있다.

포켓볼 세계챔피언 김가영의 대회 장면. 김가영포켓볼아카데미 제공
포켓볼 세계챔피언 김가영의 대회 장면. 김가영포켓볼아카데미 제공

오는 11월 LPBA 5차 대회에도 출전 예정인 그는 짬짬이 1대만 비치해 놓은 3쿠션 테이블에서 연습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포켓볼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분주히 후배들을 가르친다. 김가영의 집중 지도를 받고 있는 유망주는 전남 광주 출신의 서서아(17). 고교 2학년의 나이지만 1학년 중퇴 후 올해 1월 김가영을 찾아 당구유학을 왔다. 서서아는 “당구를 시작한 12세 때부터 선생님은 우상이었다. 가르침을 얻고 싶다는 생각만 하다가 용기를 내 혼자 짐을 싸서 서울로 올라왔다”고 말했저. 서서아는 김가영에게 가르침을 받은 올해 일취월장해 지난 6월 무안황토양파배 전국당구선수권대회와 8월 대한당구연맹회장배 전국당구대회에서 각각 10볼 1위를 차지했다. 울산당구연맹 소속 일반부로 처음 참가해 쟁쟁한 언니들을 제치고 이룬 쾌거다. 서서아는 “선생님께 10개월 정도 배우면서 기본기가 좋아졌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하지만 스승을 따라가기엔 갈 길이 멀다. “지금 저한테 가장 부족한 게 뭘까요?” 서서아의 심각한 질문에 김가영은 “수구(手球) 컨트롤을 좀더 보완했으면 좋겠고, 포지션 플레이나 수비도 신경을 쓰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진지하게 답했다. 그러면서 “그건 훈련량에 따라 분명히 달라질 거다”라고 반복 연습을 강조했다.

서서아가 반한 ‘선수 김가영’의 매력은 자신이 갖지 못한 강인한 멘탈이다. 평소엔 한없이 다정하고 온화한 미소와 애교로 사람을 끄는 김가영이지만 큐만 잡으면 경기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김가영(오른쪽)과 그의 제자 서서아. 배우한 기자
김가영(오른쪽)과 그의 제자 서서아. 배우한 기자

서서아의 꿈은 김가영의 뒤를 잇는 세계챔피언. “저도 선생님처럼 될 수 있을까요?” 수줍은 듯 선생님 앞에서 원대한 포부를 드러내자 김가영은 “가장 중요한 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유럽, 대만, 중국 등지에서 선수 생활의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그건 국내에서 적당히 돈 벌고 적당히 선수 생활했다가는 평생 미련으로 남을 것 같았기 때문”이라면서 “서아의 의지도 나와 비슷한 것 같으니 좀더 실력을 키워 더 큰 무대로 무조건 나가서 부딪혀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만 서아는 체력 관리에 신경 쓰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현실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김가영은 “나도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당구를 쳤지만 우리 때 엘리트 시스템은 없었다. 포켓볼을 가르치는 곳 역시 전무했다”면서 “한창 외국을 돌며 선수 생활할 때는 후배들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었는데 이젠 그 동안 내가 경험한 것들을 나눠줄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가영은 서서아에게 포켓볼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하면서 정작 자신은 3쿠션에 몰두하고 있다. 그가 추구하는 도전적인 삶의 연장선상이다. 포켓볼과 3쿠션은 다른 스포츠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경기 규칙이나 방식, 타법도 다르다.

포켓볼 우상의 ‘외도’가 좀 서운하기도 했지만 서서아는 “그래도 선생님을 보러 LPBA 대회 경기장도 갔었는데 역시 멋있었다”면서 “다음엔 선생님과 함께 포켓 대회에 나가서 우승을 하고 싶다”고 은근히 도전장을 던졌다. 김가영은 언제든 받아주겠노라는 흐뭇한 표정이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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