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지역사회에선 국가균형발전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30일 자유한국당에 따르면 최근 발간한 ‘2020 회계연도 예산안 100대 문제사업’ 보고서에 세종의사당 기본설계비(10억원)을 포함시켰다.
한국당은 보고서에서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국회 이전이 위헌 판결을 받은 사항으로, 위헌소지가 있음에도 헌법 기관인 국회를 일개 공공업무시설로 치부해 행정도시 건설청이 추진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앞서 지난 8일 세종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세종의사당 설계비를 놓고 이해찬 의원의 ‘쪽지 예산’이라고 표현하고, 이날 오후로 예정됐던 예정지 방문에 불참했다.
그 동안 세종의사당 설치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냉담한 기류를 보여오다 최근 들어 아예 반대 입장을 공식화하며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적극적인 추진 방침으로 탄력을 받던 세종의사당 설치가 제1야당인 한국당에 발목을 잡혀 속도를 내기 힘들 전망이다.
청와대가 TF팀까지 꾸려 검토에 나서 기대를 모은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도 사실상 무산됐다. 정부세종신청사에 세종집무실 설치 반영을 기대했지만, 최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최종 설계안에서 빠져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설치 여부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한 세종집무실 무산설이 현실화한 것이다.
정부세종신청사는 행안부가 총 3,881억원을 들여 4만2,760㎡ 부지에 지하 3층, 지상 15층, 연면적 13만4,488㎡ 규모로 2022년 8월 완공할 계획이다. 이 곳엔 올해 세종으로 이전해 민간건물에 입주한 행안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사혁신처 등이 입주할 예정이다.
세종시를 비롯한 충청권 시민단체들은 한국당의 세종의사당 반대는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편협한 시각이자 국민 염원을 저버리는 행위라며 맹비난하고 있다.
지방분권 세종회의는 “이미 2017년 대선에서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행정부와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했는데 불과 2년 전의 공약을 스스로 부인하고 있다”며 “이는 공당으로서 책임과 도의에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이어 “추후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한국당이 설계비 반영을 반대한다면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종회의는 또 “청와대가 세종집무실에 대해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청와대는 분명하게 집무실 설치를 위한 의사와 적극적인 실행의사를 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충청권 시민단체가 참여한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상생발전을 위한 충청권공동대책위원회’도 지난 27일 성명을 통해 “제2의 세종시 수정안 파동으로 규정하고, 내년 총선에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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