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약화+채권 과잉공급 우려… 9월 가계대출 금리 10bp 급등
지난달부터 본격화한 시중금리 오름세가 이달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멎지 않고 있다. 한미 중앙은행의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데다, 정부의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판매와 확장 재정정책에 따른 대량 채권 발행이 예상되면서 채권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 금리도 큰 폭으로 반등하면서 부채를 진 가구들의 상환 부담도 높아질 전망이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평균 가계대출(신규취급액 기준) 금리는 연 3.02%로 집계됐다. 이는 가계대출 금리가 역대 최저였던 전월(2.92%)에 비해 10bp(1bp=0.01%포인트) 급등한 수치다. 상승폭은 지난해 1월(10bp) 이후 20개월 만에 가장 컸다. 주택담보대출(2.51%)은 4bp, 신용대출(3.86%)은 23bp, 보증대출(3.20%)은 25bp씩 각각 올랐다.
이런 대출금리 반등은 은행채 등 시중 지표금리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연동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AAA등급)는 지난 8월 1.37%에서 지난달 1.54%로 17bp 상승했고, 신용대출 등 만기가 짧은 상품에 연동되는 은행채 1년물 금리 또한 14bp 올랐다. 시중금리의 기준이 되는 국채 금리 역시 이 기간 3년물은 13bp, 10년물은 18bp 상승했다.
이달 들어서도 시중금리는 월초(1~4일) 급락을 제외하면 줄곧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가계대출 금리의 추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시중금리는 심지어 한은이 7월에 이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린 지난 17일 전후로도 상승세를 멈추지 않았다. 29일 기준 국채 3년물 금리는 1.50%로,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금리 인하 방침을 밝혔던 지난 6월12일(1.47%) 수준을 웃돌고 있다.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완전히 증발된 모양새다.
시장에선 한은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추가 금리인하 전망이 약화되면서 이런 기대를 미리 반영했던 시중금리가 도로 오르고 있다고 본다. 미국의 경우 고용ㆍ소비가 여전히 양호한 가운데 최대 악재였던 중국과의 무역협상도 얼마간 진전을 보이면서 연준이 금리인하에 신중할 여건이 조성됐다. 한은 역시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통위원 2명이 인하 반대 소수의견을 내면서 시장을 놀라게 한 상황이다.
채권 공급이 늘어나는 것도 시중금리를 떠받치는 조건이다. 지난달 정부가 가계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연 1%대 고정금리 상품으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을 시행한 데 따른 후속조치로, 주택금융공사는 오는 12월부터 20조원 규모의 주택저당증권(MBS)를 발행할 예정이다. 여기에 정부는 내년 재정지출 확대를 위해 130조원 규모의 국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채권 공급 증가가 기정사실화하면서 채권값이 떨어지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금리는 오르는 것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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