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전 기무사령관, 2017년 미국행…인터폴 적색수배도 난관
범죄인 인도 청구, 6개월 넘게 미국과 ‘협의 단계’
◇무슨 일이냐고요?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ㆍ현 군사안보지원사)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 논란이 다시 불거졌습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지난 21일 국회에서 “기무사 내부 제보를 통해 2018년 7월 언론에 공개했던 기무사 계엄령 문건인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수행 방안’의 원본인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을 입수했다”며 관련 내용을 폭로한 뒤 연일 추가 폭로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본 추정 문건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중심으로 정부 부처 내 군 개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라고 적시되는 등 계엄 준비 단계에서 NSC의 역할이 여러 번 강조되면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이름이 오르내렸습니다. 당시 NSC 의장이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황 대표였던 데다 황 대표는 권한대행 직무가 개시된 이후 여러 번 NSC에 참석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황 대표는 “계엄령의 ‘계’자도 못 들었다고 얘기해왔다. (문건은) 제게 보고된 바 전혀 없고, 거짓말”이라며 “(당시) NSC에 참석할 일이 있으면 참석했지만, 계엄령 문건 같은 것은 본 일도, 들은 일도 없다. 완전히 가짜뉴스다”라고 반박했고요.
◇그래서요?
계엄령 문건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건 의혹을 비롯해 해당 사건의 ‘키맨’으로 불리는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의 행방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21일 기자회견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문건 작성 관련자들을 조사해 처벌하라는 청원이 연달아 게시된 데 이어 28일에는 ‘미국 정부에 쿠데타 주역인 조현천을 공식 송환 요청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조 전 사령관은 2017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을 앞두고 ‘계엄령 문건 작성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문건 작성을 지시하고 이를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다는 의혹을 받는 핵심 피의자입니다. 조 전 사령관을 통해 밝혀야 할 핵심은 당시 기무사에서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할 당시 청와대 등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지난해 계엄령 문건 의혹을 수사했던 군ㆍ검 합동수사단(합수단)은 정황상 조 전 사령관이 당시 청와대와 교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계엄령 문건 의혹을 규명하는 데 있어 그만큼 중요한 인물인 조 전 사령관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조 전 사령관의 송환을 촉구한 청원인은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문서에 의하면 군사 반란 실행예정일까지 잡아 실행하려던 국사범”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군사 반란에 의해 신체와 생명의 위험에 처했던 국민으로서 정부와 정치권이 미국 정부에 조현천을 공식 송환 요청할 것을 요구한다”고 청원했습니다.
◇왜 못 잡는 건가요?
조 전 사령관은 2017년 9월 전역해 같은 해 12월 미국으로 떠난 뒤 행방불명인 상태입니다. 한마디로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입니다. 조 전 사령관이 주변 지인에게 “살아서 한국에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는데요, 그만큼 꼭꼭 숨어버린 듯합니다.
물론 조 전 사령관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합수단은 조 전 사령관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9월 20일 조 전 사령관 체포 영장을 발부받은 뒤 이를 바탕으로 여권 무효화를 신청했습니다. 이에 외교부는 여권 반납 명령 공시 절차 등을 거쳐 조 전 사령관의 여권을 무효화했고요. 조 전 사령관은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해외에 체류 중인 셈입니다. 또 합수단은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중범죄자에게 내려지는 적색수배까지 요청하기도 했죠. 그런데 끝내 소재를 파악하지 못해 지난해 11월 문건 수사를 중단했습니다. 무슨 이유였을까요.
인터폴의 수배 요청 거부가 우선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폴은 조 전 사령관이 정치적으로 관여된 인물이라고 판단해 수배 요청을 거부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인터폴 헌장 3조에서는 인터폴이 정치ㆍ군사ㆍ종교ㆍ인종 등의 사건에 관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범죄인이 특정 국가로 도망갈 경우 범죄인 인도조약을 통해서도 범죄인을 체포해 인도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에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정진용)는 올해 초 법무부를 통해 미국 정부에 조 전 사령관의 신병을 넘겨 달라는 범죄인 인도 요청을 했다고 합니다. 이런 요청이 있었을 경우 상대국은 요청에 응할 의무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 조약이 모든 범죄인에게 해당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정치범과 순수한 군사범 등 일부 범죄인에 대해서는 인도 청구를 거절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조 전 사령관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도 아직까지 미국의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한 채 여전히 협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합니다. 법무부 관계자는 30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미국과 협의 중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조 전 사령관은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어 미국에서 정치범으로 인식할 경우 신병 확보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조 전 사령관의 소재를 파악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말도 나옵니다.
경찰도 수배의 어려움을 인정했습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검찰 요청에 따라 인터폴을 통해 공조 요청을 한 적은 있지만, 정치적으로 관여된 인물이라 인터폴 수배가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범죄인 인도조항이나 형사공조협약 등 외교적인 방법으로 풀어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조 전 사령관이 한국에 돌아와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 수사가 재개될 수 있을까요.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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