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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文정부가 ‘강제동원 배상’ 타협할 의지 있는지 자신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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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文정부가 ‘강제동원 배상’ 타협할 의지 있는지 자신 못해”

입력
2019.10.30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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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 판결 1년… 한일관계 전문가,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교수 인터뷰 

니시노 준야 일본 게이오대 교수. 도쿄=김회경 특파원
니시노 준야 일본 게이오대 교수. 도쿄=김회경 특파원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일본 게이오(慶應)대 교수는 지난해 10월 30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판결 이후 확대된 한일갈등 상황에 대해 “양국 국민이 상대국의 사회까지 넓게 들여다보는 시각을 가져야 현재의 갈등 관리는 물론, 관계 개선과 발전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갈등의 원인인 강제동원 배상문제 해결을 위해선 “한국은 외교적 협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보여 줘야 하고, 일본은 한국의 국내 여론을 설득할 수 있게 명분 마련에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일관계 전문가로 게이오대 현대한국학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니시노 교수와의 인터뷰는 28일 도쿄 시내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1년간 한일관계를 평가한다면.

“과거사를 둘러싼 갈등이 경제, 안보, 인적 교류분야로 확대됐다. 양국이 과거사 문제를 제대로 관리를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지난해 대법원 판결은 사전에 예상됐던 만큼 양국이 대응책을 미리 준비해 두어야 했다.”

-24일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회담 성과는 무엇인가.

“1년 넘게 한일 정상회담이 없던 상황에서 양국 최고위급 회담이 열렸다는 자체에 의미가 있다. 아베 총리가 ‘관계를 방치해선 안 된다’고 밝힌 점도 긍정적이다. 일본은 여전히 ‘국가 간 약속 준수’를 강조했지만,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한국 대응에 변화가 보인다’며 이전과 결이 다른 반응을 보인 것이 눈에 띈다.”

-일본 정부뿐 아니라 국민도 강제동원 문제는 한국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 측은 함께 지혜를 짜내자고 하지만, 일본 정부는 대법원 판결로 발생한 문제는 한국이 책임지라는 일관된 입장이다. 다수의 일본 국민들도 정부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현재의 갈등과 관련해 한국과 일본에선 각각 아베 정부와 문재인 정부 탓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문제만큼은 강경한 입장인데.

“일본 정부는 한국이 제시하는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한국 측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다만 그에 앞서 문재인 정부가 타협할 의지가 있는지, 피해자와 지지층 등 국내 여론을 설득할 수 있는 리더십과 환경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선 자신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배경에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가 사실상 골격이 무너져버린 경험이 작용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은 있나.

“개최 시점은 11월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이전과 (강제동원 배상판결 원고측이 압류한 일본 기업 자산)현금화 이전인 연말을 꼽을 수 있다. 다음달 정상끼리 만나 지소미아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상황 관리에 들어가면 바람직하지만 현재로선 그런 환경을 마련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지소미아와 관련해선 미국의 우려가 변수가 될 수 있나.

“결국은 한국의 판단에 달려 있다. 미국의 우려에도 한계가 있다. 한국은 지소미아 종료 재고에 앞서 일본의 수출 규제 철회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일본의 다테마에(建前ㆍ겉표현)로는 별개의 사안이다. 만약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재고할 테니 수출 규제 철회를 요구한다면 일본은 강제동원 문제부터 해결하라고 나올 것이다. 한일 정부가 △강제징용 △수출 규제 △지소미아가 각각 별개 사안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밀접히 연결돼 있다.”

-일본 정부는 한일 기업이 배상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1+1안’을 거부했는데.

“양국 간에 어떤 구체적인 내용이 오가는지는 모르지만 기존에 거론된 결국 ‘1+1+알파(α)안’이 기초가 될 것으로 본다. 다만 일본 측의 최소 요건은 일본 기업이 자발적으로 기금에 참여하되, ‘배상’이 아닌 다른 명분을 마련해 달라는 내용일 것이다.”

-정부 간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국민 감정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한일 갈등은 사실상 양국 공동의 책임이다. 이를 제대로 잡아줄 책임은 양국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있다. 그런 점에서 이낙연 총리가 일본에서 보여 준 행보는 의미가 크다. 일본 대학생들과 대화하고 신오쿠보(新大久保)를 방문해 한국 상인들을 만난 것은 즉각 효과로 나타나지는 않을 거다. 그럼에도 한일 양국에선 현재의 상황을 누군가 바꿔주길 바라는 기대가 컸는데, 이를 이 총리가 보여 준 것이다. 양국 정부가 이를 출발점으로 삼아 갈등 해결을 위한 진지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

-이번 갈등을 계기로 양국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양국에선 재정립의 필요성을 말하지만 상정하는 그림은 서로 다를 것이다. 향후 논의 과정에서 양국은 1965년 협정이 체결된 시점에 초점을 맞추면 입장 차이만 부각될 뿐이다. 때문에 1965년 협정 이후 양국이 함께 만들어 온 54년에 대한 정당한 평가, 특히 무라야마(村山) 담화, 아시아여성기금,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등 양국이 만들어 온 공동의 토대를 존중하면서 새로운 관계 정립에 나서야 한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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