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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최저임금과 기본소득

입력
2019.10.29 18:00
수정
2019.10.29 18:2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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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건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앤드류 양. 로이터 연합뉴스
기본소득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건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앤드류 양. 로이터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은 가계소득을 높여 소비 여력을 확충해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정책이다. 이는 ‘포스트 케인시언’(Post-Keynesian) 경제학자들의 임금 주도 성장론과 맥이 닿아 있다. 이를 위한 대선 공약이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이었다. 저임금 노동자의 가처분소득을 늘리면 낙수 효과와 대비되는 분수 효과가 있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하지만 지난 7월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87% 오른 시간당 8,590원으로 결정되면서 이 공약은 부도수표가 됐다.

□ 최저임금 제도는 ‘일자리’와 ‘고용’을 전제로 한다. 일자리가 없거나 일할 여건이 안되는 사람, 독립계약자 등은 포괄하지 못한다. 자영업자, 소상공인, 하청업체 등의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고용 없는 성장과 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따라 사회안전망이 전무했던 이전과 달리 최저임금 제도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도 많다. 일자리가 줄고 고용은 불안하지만 시장은 되레 확장되기까지 하는 ‘새로운 경제’를 유지ㆍ발전시키기 위한 사회보장의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본소득(basic income) 논의의 출발점이다.

□ ‘모두에게, 조건 없이, 동일하게,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의 철학ㆍ이념적 기반을 정초한 이는 프랑스 철학자 앙드레 고르였다. 노동과 자유에 천착했던 그는 생산 자동화로 고용이 줄지만 ‘임금노동 없이도 가능한 소비력(수요)’이 창출되면 시장은 유지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는 상품 소비를 위해 미리 지급되는 돈을 개념화하면서 이를 기본소득으로 명명했다. 기본소득이 주어지면 문화ㆍ예술 분야 중심으로 공동체에 기여하는 창조적 삶이 가능해져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인 노동의 소외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그는 기대했다.

□ 스위스 핀란드 스웨덴 캐나다 브라질 인도 등 지구촌 곳곳에서 기본소득권 논의가 활발하다. 미국에선 인공지능(AI)의 인류 노동 대체를 기본소득으로 해결하겠다는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앤드루 양이 주목받고 있다. 각국의 경제ㆍ재정 상황과 복지체계, 기술혁명 기업의 사회적 책무 등이 다양해 아직 관련 논의는 국지적이다. 국내에서도 전 국민 기본소득과 토지소득 배당, 청년ㆍ농민 기본소득 등이 제안됐다. 소득과 자산의 극단적인 양극화 시대에 기존 복지강화론을 넘어서야 한다는 주장을 공론의 장에 올려야 할 때가 됐다.

양정대 논설위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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