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직무유기 대통령” 수위 높은 비판
야권서도 “독선의 말잔치” 혹평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9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를 “잃어버린 2년 반”으로 규정하며 “무엇 하나 잘한 것이 없는 완전한 실패”라고 총평했다. 정부 여당을 겨냥해 “추악한, 불의의 기득권 집단” “탐욕좌파” “직무유기 대통령” 등으로 맹비난하며 “정권 2년 반에 대한 심판은 조국 사퇴로 끝이 아니라 이제 막 시작됐다”는 경고도 날렸다. 여권은 물론, 보수 야당에서도 “독선의 말잔치”라는 혹평이 나왔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취임 뒤 세 번째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뒤 “국민은 거짓말을 거짓말로 덮는 정권에 속았고, 계속해서 (소득, 일자리, 중산층 지위 등을) 빼앗기고, 잃어버려야만 했던 암흑의 시간이었다”며 “기만, 박탈, 파괴의 세 단어 외엔 정권을 설명할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굴종적인 대북정책과 주변 강대국들의 영공 위협에 미온적 대처 등을 지적하며 “2년 반 내내 헌법상 직무유기한 대통령”이라는 높은 수위의 비판도 연설문에 실었다.
특히, 조국 사태로 인한 국론분열 등의 책임을 문 대통령에게 묻고 “끝내 사과 한마디 없다”고 두 차례 강조했다. “대한민국 헌법상 대통령으로 존중할 자신이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정권이 중대 기로에 서있다고 지적하고 “진지한 반성 없이 끝까지 국민을 외면하면 10월 항쟁이 10월 혁명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당이 거론하는 ‘10월 항쟁’은 조국 전 법무장관 사퇴 촉구를 외친 광화문집회를 말한다. 검증과정에서 조 전 장관이 ‘셀프 인사청문회’격 기자회견을 하도록 국회 회의장을 내준 더불어민주당에도 “부끄럽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나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과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2000년대 초 개봉영화 ‘반지의 제왕’ 속 ‘절대반지’에 비유하며 “우리 임기와 함께 역사의 용암에 던져버리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설 말미에 얼마 남지 않은 20대 국회를 위한 “정치 복원”을 네 차례나 언급했다.
여당은 본회의장 안에서 격하게 반응하진 않았다. “내로남불과 이중성은 치를 떨게 했다”는 연설 대목에 “누가 할 소리냐”고 응수하는 정도였다. 대신 논평으로 거세게 혹평했다.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에 대한 증오와 저주로 가득 찼다”며 꼬집고, 한국당의 패스트트랙 충돌 수사 관련 검찰 출석을 거부를 지적하며 “한국당이 공정을 외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보수 야당인 바른미래당의 평가도 박했다.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독선의 말잔치였다”며 “특정집단을 헌법 파괴 세력으로 규정하고 거의 ‘주적’으로 취급하듯 한다”는 비판 논평을 냈다. “유연함이 없다. 협치를 위한 양보와 협의 의사도 안 보였다”는 지적도 더했다. 정의당은 “절대반지 운운하며 정치 기득권과 검찰과의 카르텔에 집착하는 한국당의 모습은 ‘골룸’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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