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통합우승의 마지막을 장식한 현역 최다승 투수 배영수(38)가 은퇴를 결정했다.
두산 구단은 29일 "배영수 선수가 김태형 감독에게 전화해 은퇴 의사를 전달했다"며 "선수의 거취에 대해선 조만간 만나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 후 공식 인터뷰에서 배영수에게 지도자 제의를 한 사실을 공개했고, 배영수가 며칠 간의 고심 끝에 답을 한 것이다.
지난 2000년 삼성의 1차지명을 받고 데뷔한 배영수는 2001년 13승 8패 평균자책점 3.77의 성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해 2003년부터 3년 동안 41승을 올리며 삼성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2004년엔 17승(2패)으로 다승왕을 차지하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까지 수상했다. 특히 그 해 현대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연장 10회까지 탈삼진 11개를 잡아내며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비공인 10이닝 노히트노런 기록을 남겼다. 2005, 2006년에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일조하면서 ‘삼성 왕조’ 시대를 이끌었다. 그러나 팔꿈치 수술을 받은 후 강속구를 잃었고 한화, 두산을 거치며 얼마 남지 않은 현역 생활을 예감하고 있었다.
올 시즌까지 20년 통산 성적은 138승 122패 3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4.46이다. 138승은 현역 선수 가운데 최다승이자 송진우(201승ㆍ한화), 정민철(161승ㆍ한화), 이강철(152승ㆍKIA), 선동열(146승ㆍ해태)에 이어 역대 5위 기록이다.
야구 인생 마지막 등판도 극적이었다. 키움과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9-8로 앞서던 두산이 9회말 동점을 허용하자 배영수는 몸을 풀기 시작했다. 두산이 10회초 2점을 내며 다시 앞서면서 김 감독은 그대로 마무리 이용찬에게 마지막을 맡기려고 했다. 그런데 11-9로 앞선 10회말 1사 후 김 감독이 마운드 방문 횟수를 착각해 투수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배영수에게 영광의 기회가 찾아왔다. 마운드에 오른 배영수는 박병호를 삼진, 제리 샌즈를 투수 땅볼로 요리하며 우승을 확정했다. 배영수는 우승 후 "지금까지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이 한국시리즈 마지막 투수였는데, 그럴 수 있게 하늘에서 도와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배영수는 해태의 ‘가을까치’ 김정수와 함께 한국시리즈 최다 우승(8회) 선수로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 아울러 한국시리즈 최고령(38세5개월22일) 세이브, 최다 등판(25경기) 신기록도 수립했다.
한편 김태형 감독은 이날 3년 총액 28억원(계약금 7억원ㆍ연봉 7억원)의 역대 감독 최고 대우로 재계약했다. 김 감독은 두산 지휘봉을 잡은 2015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으며, 그 중 2015년과 2016년, 그리고 올 시즌까지 세 차례 정상에 올려 놓았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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