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판결 1년(30일)을 하루 앞둔 29일 원고 측이 압류한 일본 기업의 자산을 현금화할 경우 한일 관계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장관은 이날 정례기자회견에서 지난해 강제동원 피해 배상 청구소송에서 이긴 원고측이 추진하는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 절차를 거론하면서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며 “그런 일이 발생할 경우 한일관계는 한층 심각한 상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테기 장관은 앞서 9월 뉴욕 유엔 총회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서도 이러한 입장을 “명확하게 전했다”고 밝혔다. 모테기 장관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한일)양국의 공통 인식을 바탕으로 한국측에 국제법 위반 상태를 한시라도 빨리 시정하도록 강력히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 정부는 한일 양국이 강제동원 피해배상을 위해 ‘한일 경제협력 기금’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교도(共同)통신의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날 교도통신의 보도와 관련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복수의 한일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한일 정부가 갈등 상황 수습을 위해 합의안 검토에 들어갔고, 경제협력 기금 설립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교부도 전날 “해당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면서 “그간 한국과 일본 당국 간 논의 과정에서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었던 방안”이라고 부인했다.
스가 장관은 이날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판결 1년을 맞아 향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선 “우리(일본 정부)의 입장이라는 것은 종래부터 일관된다”며 “그것에는 변경이 없다”고 말했다. 또 한일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모테기 장관이 “한국 측이 회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선 “말 그대로”라면서 한국 측에 공이 넘어가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스가 장관은 이에 대해 “대화를 닫을 생각이 없다”고 밝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생각과 어긋난다는 지적에 대해선 “모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순되지 않는다는 말이 무조건 대화에 임할 생각이 있다”는 뜻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한일 청구권 협정이 오늘날 한일관계의 기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스가 장관은 강제동원 배상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는 것에 대해선 “전체 상황을 보면서 한국과의 관계에 대응해 나가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