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제안해 김경수ㆍ이재명 만남
민주당 ‘조국 사태’ 갈등 공론화 앞두고 미묘한 시점
김경수 “비슷한 처지 위로… 당 위해 역할 하자 뜻 모았다”

‘친문(문재인) 핵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의 ‘소방수’를 자처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8일 친문 핵심인 김경수 경남지사, ‘비문’ 대표인사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회동을 주선하면서다. 여권의 쇄신 필요성이 거론되는 미묘한 상황에서 친문과 비문의 갈등이나 대립을 사전에 봉쇄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들은 ‘조국 사태’로 당내 갈등이 잠재된 상황에서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29일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양 원장과 김 지사, 이 지사는 전날 경기 수원에서 3시간가량 술을 겸한 저녁을 함께했다. 세 정치인이 한 자리에서 만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 다른 친문 핵심인 전해철 민주당 의원도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국회 예산결산위원회가 밤늦게까지 이어져 불참했다고 한다.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전 의원은 지난해 지방선거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서 이 지사와 경쟁했다.
이날 만남은 양 원장의 제안으로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세 사람은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과 경기ㆍ경남 도정 성공, 민주당 총선 승리를 위해 힘을 모으자’는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지만 각각 재판을 받고 있는 김 지사와 이 지사는 동병상련의 심정도 교환했다.
세 정치인이 만난 시점이 민주당의 30일 의원총회 직전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초선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조국 사태에 대해 이해찬 대표 등 ‘당 지도부 책임론’을 공론화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최근 조국 정국을 거치면서 초선과 수도권, 비문 의원을 중심으로 당 쇄신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며 “당내 잠재된 갈등을 막기 위해서는 친문, 비문 진영을 대표하는 세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양 원장이 여권내 막후조정역을 자처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양 원장은 지난달 20일에도 민주연구원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옳다는 확신과 신념이 있다면 무소의 뿔처럼 밀고 갈 수 있어야 한다”며 “원팀의 무서운 단결력으로 변화와 도전의 담대한 대장정에 나설 때 실패한 역사는 없었다”고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조 전 장관 임명 강행으로 당내 여론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단합을 강조한 것이다.
이와 관련 김 지사는 이날 자유한국당 정책협의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서로 힘들고 어려운 처지라 위로 겸 격려하는 자리였다”며 “크게 보면 나라도 어렵고 국정이 어려운 상황인데 뜻과 힘을 모으자, 당을 위해 뭔가 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런 역할을 하자며 최선을 다하자는 취지의 만남이었다”고 말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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