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 각료들이 잇단 구설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지난 25일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 전 경제산업장관이 지역구 유권자에게 금품을 줬다는 의혹으로 사임한 이후 각료들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장관은 최근 태풍과 호우로 인명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자신을 ‘비의 남자’(雨男ㆍ비를 몰고 다니는 남자)에 비유했다가 비판에 직면하자 고개를 숙였다.
고노 장관은 29일 참의원 외교ㆍ방위 위원회에서 “(제 발언으로) 불쾌하다고 느꼈을 모든 분들에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나는 지역에서 ‘비의 남자’라고 불린다. 내가 방위장관이 되고 나서 태풍이 벌써 3개”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당의 비판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최근 태풍 피해 복구 현장에 파견된 자위대원의 노고를 위로하는 도중 나온 말로 좌중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그러나 19호 태풍 하기비스와 잇따른 호우로 10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점을 감안할 때 경솔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장관은 지난 24일 위성방송 BS후지에 출연해 대학 입시에 적용되는 민간 영어시험과 관련해 “부유한 가정의 아이가 여러 차례 시험을 봐서 워밍업을 하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신분에 맞게 두 번을 제대로 골라서 노력하면 된다”라고 밝혔다가 여론의 불똥을 맞았다. 2021년 입시부터 적용되는 이 제도는 두 차례의 민간 영어시험 성적을 반영한다. 그러나 시험 비용이 적지 않아 부유층 학생은 여러 번 시험을 치를 수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시험도 주로 대도시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지방 학생들에게는 불리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하기우다 장관의 발언은 이런 경제력과 도농 격차를 당연시하는 것으로 해석돼 비난이 이어졌다. 그는 전날 “국민, 특히 수험생 여러분이 불쾌한 생각을 할 수 있게 했으며 설명이 부족한 발언을 했다”라며 사과했다.
잇단 논란에 정부 여당에서도 분위기 단속에 나섰다.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은 “일일이 평가하거나 주의를 줄 입장은 아니지만 비판 대상이 되는 일은 가능한 한 피하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도 전날 당 회의에 참석해 스가와라 전 장관의 사임에 대해 사과하면서 “향후 긴장감을 갖고서 정권 운영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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