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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착취 영상 제작 범죄자, 옆집 살아도 알 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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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착취 영상 제작 범죄자, 옆집 살아도 알 길 없다

입력
2019.10.30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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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1시쯤 '아동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한 손모씨와 사이트 이용자들의 합당한 처벌을 원합니다' 국민청원에 26만9,450명이 동의했다. 청원 참여인원이 20만명을 넘으면 청와대와 정부 관련부처가 공식 답변을 해야 한다. 국민청원 사이트 캡처
29일 오후 1시쯤 '아동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한 손모씨와 사이트 이용자들의 합당한 처벌을 원합니다' 국민청원에 26만9,450명이 동의했다. 청원 참여인원이 20만명을 넘으면 청와대와 정부 관련부처가 공식 답변을 해야 한다. 국민청원 사이트 캡처

회사원 A(29)씨는 지난해 초 채팅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알게 된 지적장애 3급의 피해자 B(14)양을 유인해 여러차례 희롱하고 스스로 몸을 촬영하도록 강요했다. 또 말을 안들으면 이 사진을 유포하겠다며, 피해자를 협박해 성추행했다. 법원은 그러나 아동 음란물 제작ㆍ배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신상공개ㆍ고지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A씨가 ‘이 사건 범죄를 제외하고는 달리 성폭력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고, 범죄가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한 것은 아니다’ 등의 이유였다. A씨에게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다크웹에서 아동 성착취영상 사이트를 운영ㆍ이용하다 적발된 손모(23)씨 등에 대한 처벌강화와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손씨의 잘못이 크지만 ‘직접적인 성범죄를 저지르진 않았다’는 이유로 신상정보 공개ㆍ고지대상에서 면제된 것에 대한 비판이다. 29일 오후까지 ‘아동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한 손모씨와 이용자들의 합당한 처벌을 원합니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26만9,000여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우리 법원은 그러나 A씨처럼 아동ㆍ청소년 성착취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에조차 신상공개ㆍ고지명령을 하지 않고 있다. 한국일보가 올해 아동ㆍ청소년 이용 음란물 제작으로 실형이 선고된 18개 사건을 조사한 결과 1건을 제외한 모든 사건에 신상 공개ㆍ고지명령이 면제됐다.

이중 상당수는 아동ㆍ청소년에게 입에 담기 힘들 정도의 변태적인 행위를 강요해 촬영하는 식의 범행을 했음에도, 직접 추행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신상공개가 면제됐다. 촬영물을 이용해 청소년을 협박하고 강간한 C씨의 경우에는‘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피고인의 연령ㆍ직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상공개ㆍ고지가 면제됐다. 그나마 피고인 대부분에게 취업제한 명령은 부과됐으나, 아동ㆍ청소년에게 18차례에 걸쳐 노출사진을 요구한 D씨는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조차 면제됐다.

이는 아동성착취영상 제작ㆍ배포자는 물론 이용자의 신상까지도 공개하는 미국ㆍ영국 등과는 큰 차이다. 이은의 변호사는 “성범죄자의 신상공개ㆍ고지는 재범우려가 있어 아동ㆍ청소년이 있는 가정에서 경계할 수 있도록 하는 결정”이라며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것은 어떤 경우든 용인해서는 안 되는데, 이들이 채팅을 통해 가해자와 연락하고 이용당한 것을 피해자의 자발적 행위로 간주한 판단이 (신상 공개ㆍ고지명령) 면제로 이어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동ㆍ청소년이 자발적으로 성관계를 결정하거나 성매매에 응할 수 있다고 보는 현행법의 한계가 관대한 처벌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아동ㆍ청소년 음란물 제작의 상당수는 채팅앱을 통한 ‘그루밍(길들이기)’으로 시작해 더 큰 성범죄로 이어진다”며 “현행법은 이런 청소년을 피해자가 아닌 ‘성매매 대상 아동ㆍ청소년’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신체적ㆍ정신적 구제도 못 받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아동ㆍ청소년 대상 성착취에 관대한 현행법 개정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도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성매매 아동ㆍ청소년을 성매매 가담자로 볼 수 있는‘대상 아동ㆍ청소년’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피해 아동ㆍ청소년’으로 개정해 보호를 강화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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