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 사건 SNS 알려진 뒤 靑 국민청원 시작
구조자 측 “아직 증거 발견 안 돼 수사 난항 예상”
대전 중구 대흥동 주택가에서 새끼 고양이 사체가 잔인하게 훼손된 사건이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이어졌다. 사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져, 동물보호법 강화를 청원하는 국민청원으로 번졌다.
구조자 이모(33)씨 설명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5일 오후 9시쯤 대흥동 주택가에서 목이 잘린 고양이 사체를 발견했다. 이씨는 29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A씨가 놀라 주변인들에게 전화를 하는 사이, 어미로 추정되는 고양이가 목이 잘린 새끼 고양이 사체를 물고 왔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씨와 A씨는 이날 오후 10시쯤 경찰에 신고한 뒤 어미 고양이를 동물병원으로 옮겼다. 어미 고양이의 얼굴 등 곳곳에 담뱃불로 지진 것으로 보이는 상처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씨는 “어미 고양이는 새끼 고양이 사체 앞을 떠나지 않고 계속 앉아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건은 페이스북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이 사건을 SNS에 공개한 단체에 따르면 훼손된 채 발견된 새끼 고양이 사체는 국립과학수사원 냉동고에 있으며 충남대 수의학과에서 부검할 예정이다. 이씨는 “어미 고양이는 지난 7월부터 인근 공원에서 목줄을 맨 상태로 길거리 생활을 했었다. 이미 사람 손을 탄 고양이라 큰 경계심이 없었던 것 같다”며 “경찰에서 수사를 시작했지만, 아직 증거 영상 등이 발견되지 않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사건을 접한 누리꾼은 국민청원을 통해 동물보호법의 허점을 지적했다. 청원자는 “일주일에 두세 번은 동물 학대 사건 뉴스를 접하는 것 같다. 동물이라는 이유로 학대당하고, 생명을 빼앗기고, 범인을 잡아도 ‘동물 갖고 뭘’이라는 (반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경찰에 신고해도 수사를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 범인이 잡혀도 제대로 해결해 주지 않아 2차 피해가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지난 28일부터 시작한 이 청원은 이날 오전 11시 기준 1만 3,300여 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이씨는 이 사건은 동물보호법 제8조 동물 학대 등의 금지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게 하거나 공개된 장소,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게 하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 이씨는 “인근 지역에서 고양이 밥에 독극물을 섞어 죽게 하는 사건이 이미 여러 차례 발생했다”며 “잔인한 동물 학대 사건은 사람을 향한 범죄로 이어지기 때문에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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