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청장에게 불심검문을 하는 경찰관이 정복을 입었어도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업무관행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거리의 악사’로 활동하는 A씨는 ‘살려주세요. 월세가 밀려있습니다’라고 적힌 플랜카드를 들고 색소폰을 연주하다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불심검문을 받았다. 경찰은 A씨에게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하면서 시끄럽다는 주민들의 신고가 있었으니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자신의 행위가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경찰관의 신분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경찰과 A씨의 갈등은 5개월 넘게 이어졌고, 급기야 경찰은 ‘경범죄처벌법’을 위반 혐의로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A씨는 경찰들이 불심검문을 하면서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구두로 A씨에게 소속과 이름은 얘기해줬지만 신분증을 보여주지 않은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인권위는 경찰관이 불심검문을 할 때 자신의 신분을 표시하는 증표를 제시하면서 소속과 성명을 밝히고 질문의 목적과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규정한 ‘경찰관직무집행법 3조’를 내세웠다. 경찰관이 불심검문 때 정복을 입었다는 이유 만으로 신분증 제시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는 건 입법취지를 반영하지 못한 해석이란 것이다. 이에 인권위는 경찰청장에게 관련 업무관행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다만 인권위는 A씨가 제기한 인권침해 진정 부분은 기각했다. 인권위는 “A씨에 대한 불심검문이 자신의 연주행위로 인한 112신고에 따라 행해진 정당한 경찰 활동임을 A씨가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상황이었던 만큼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은 행위가 인권침해에 이른 건 아니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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