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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그들에게 미쳤냐는 말 대신 필요한 것

입력
2019.10.30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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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조금 생소한 이름의 축제가 열렸습니다. 1993년 캐나다, 영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 ‘매드 프라이드(MAD PRIDE)’ 인데요. 쉽게 말해 정신질환을 가진 당사자, 그리고 경험이 있었던 사람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퍼레이드입니다. 사회에서는 숨기거나 가두려고 하지만, 분명히 사회구성원인 그들. 정신질환자들이 “지금, 내가 여기에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지요. 사진은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매드 프라이드. 연합뉴스
지난 10월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조금 생소한 이름의 축제가 열렸습니다. 1993년 캐나다, 영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 ‘매드 프라이드(MAD PRIDE)’ 인데요. 쉽게 말해 정신질환을 가진 당사자, 그리고 경험이 있었던 사람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퍼레이드입니다. 사회에서는 숨기거나 가두려고 하지만, 분명히 사회구성원인 그들. 정신질환자들이 “지금, 내가 여기에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지요. 사진은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매드 프라이드. 연합뉴스

상담 받는 청년들과 같은 또래이다 보니, 상담이 끝나면 친구가 될 때가 가끔 있습니다. 이 일을 한지 7년차이니 그런 식으로 친구 된 이들이 꽤 많지요.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친구들도 꽤 있고요. 그러면서 제 언어 습관에 작은 변화가 하나 생겼습니다. 이 일을 시작하기 전, 그러니까 대학생, 청소년기에는 종종 썼던 말, “야, 미쳤냐?”를 쓰지 않게 된 것이지요. 여러분들도 그런 장면을 한번쯤 목격하신 적 있을 겁니다. 특이한 행동을 하는 아이에게 “미친 것 같아.”라든가 “정신병자 아니야?”라는 말을 아주 쉽게 내뱉는 모습 말이지요. 온라인 세상에서는 더욱 그렇지요.

이 단어들이 부정적 관점, 비하의 의도로 과도하게 악용되는 것을 막고, ‘정신질환자’의 존재를 인정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지난 10월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조금 생소한 이름의 축제가 열렸습니다. 1993년 캐나다, 영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 ‘매드 프라이드(MAD PRIDE)’ 인데요. 쉽게 말해 정신질환을 가진 당사자, 그리고 경험이 있었던 사람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퍼레이드입니다. 사회에서는 숨기거나 가두려고 하지만, 분명히 사회구성원인 그들. 정신질환자들이 “지금, 내가 여기에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지요.

아마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번역하면 ‘미친 자부심’ 이라는 행사명도 익숙하지 않으실 테고,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거리에 나서서 행진을 하고, 축제를 벌인다? 무섭다는 생각이 드시는 분들도 있을 테고요. 이전에 보도되었던 일련의 범죄들이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축제는 무척이나 평화롭게, 건강하게 성료되었습니다. 애당초 시위나 투쟁을 위해 모인 자리도 아니었고요. 그저 ‘우리를 사회의 어둠으로만 보지 말아 달라.’는 작은 목소리를 내며 본인들의 존재를 사회구성원들에게 알려, 함께 살아가는 법을 고민해보자는 취지였으니까요. 비슷한 축제 하나가 떠오르시지 않나요? 올해로 10여년이 넘은 퀴어 프라이드 말입니다.

10여년이라는 시간 동안,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는 일련의 움직임들을 통해 시민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여전히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은 다양하게 갈라지지만, ‘인지’는 확연히 늘어났으니까요. (긍정적 입장이든 그 반대이든) 그들은 이미 존재하는 사회 구성원의 일부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든가, 적어도 트랜스젠더와 동성애자가 무엇이 다른지 정도는 조금씩 알게 되었다든가 말이지요.

매드프라이드 역시 비슷한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사회가 뭘 더 해달라’는 요구나 시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우리도 ‘존재’하고 있음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었으니까요. 저의 카톡에도 사진 몇 장이 전송되어 왔습니다. 상기한 그 친구들이 보낸 거지요. 너도 혹시 여기 왔냐고, 얼굴이나 보자고요. 하지만 그 사진을 SNS에는 올리지 못한 친구들이 많았지요. 가면을 쓰고 참여한 친구들도 많았고요.

한국 사회에서 성인의 4분의 1은 정신질환을 겪으며 살아갑니다. 그렇게 많을 리 없다고요? 글쎄요. 경증이거나 단기적인 경우, 숨길 수 있다면 최대한 숨기며 살아가느라, 우리 눈에 덜 보이는 건 아닐까요. 질환이 경미하면 자기 마음 속에, 조금 강하면 병원에 가두며 살아가는 세상. 그게 더 위험할지 모릅니다. 그들이 자신의 ‘질환’을 말할 수 있는 사회가 우리 모두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는 아닐까요. 부디 몇 년 뒤에도 매드 프라이드가 열린다면 제 친구들도 SNS에 사진을 올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가 언제이든 ‘좋아요’를 꼭 눌러줄 생각입니다.

장재열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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