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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부의 안건에 대하여

입력
2019.10.30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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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영상 캡처
연합뉴스 영상 캡처

이전에 검색어 순위에 오르는 말을 보면 사람들이 어떤 말을 잘 모르는지, 어떤 말에 관심이 있는지를 알 수 있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글에 이어보자면, 며칠 전 검색어 순위에 올랐던 ‘부의’란 말을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관련 법안, 소위 ‘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람들이 ‘부의’라는 단어를 많이 찾아본 것 같다. ‘부의’라는 말을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쓸 때는 ‘상가(喪家)에 부조로 보내는 돈’을 가리킬 때가 아닐까. 그러나 이때의 ‘부의’는 한자로 ‘賻儀’을 쓴다. 검색어에 오른 ‘부의’는 ‘附議’로, 사전에 따르면 ‘토의에 부침’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공수처법을 국회 본회의 안건으로 올리다, 상정하다’ 정도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쉬운 공공언어를 써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으신지 묻고 싶다. ‘공공언어’라는 것부터 낯설 수도 있다. 공공언어는 ‘정부 및 공공 기관에서, 사회의 구성원이 보고 듣고 읽는 것을 전제로 사용하는 공공성을 띤 언어’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뜻풀이에는 ‘정부 및 공공기관’이 생산해내는 언어라고 되어 있지만, 사실 각종 공문서나 대중 매체에서 사용하는 언어, 거리에 보이는 현수막이나 간판, 계약서, 약관, 설명서 등 대중을 대상으로 쓰이는 모든 언어는 공공언어라고 할 수 있다. ‘공수처법’은 많은 국민들이 관심 갖는 사안이다. 이와 관련하여 ‘공수처법을 부의한다는데, 그게 무슨 뜻이야?’라며 검색어 순위에 ‘부의’라는 말이 올라올 정도라면 공공언어로 쓰이기에는 어려운 말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국민들을 일부러 괴리시킬 것이 아니라면, 한번만 더 생각해서 조금 더 쉬운 말을 쓰자.

이유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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