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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좌파 재집권… 경제난이 페론주의 되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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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좌파 재집권… 경제난이 페론주의 되살렸다

입력
2019.10.28 18:16
수정
2019.10.28 21:1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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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데스, 현 정권 누르고 당선… 4년 만에 ‘돌아온 여왕’ 크리스티나 전 대통령 주목

27일 아르헨티나 대선 개표 결과, 중도좌파 연합의 승리로 나타나자 부통령 후보로 나선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왼쪽) 전 대통령과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 후보가 서로 껴안고 당선을 자축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로이터 연합뉴스
27일 아르헨티나 대선 개표 결과, 중도좌파 연합의 승리로 나타나자 부통령 후보로 나선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왼쪽) 전 대통령과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 후보가 서로 껴안고 당선을 자축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로이터 연합뉴스

‘여왕의 귀환.’

로이터통신이 27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대선 결과를 전하며 뽑은 기사 제목이다. 이번 선거에서 중도좌파 ‘모두의전선’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후보(득표율 48.1%)는 우파 성향의 현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40.4%)을 꺾고 당선됐다. 4년 만에 우파에서 다시 좌파로의 정권 교체이다. 그러나 다수 매체가 당선인 페르난데스보다 부통령 후보로 나선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을 집중 조명했다. 그의 정계 복귀를 아르헨티나식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다시 말해 ‘페론주의’ 부활과 같은 뜻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8년 동안 나라를 이끈 크리스티나가 대통령궁 ‘카사 로사다(분홍색 집)’로 돌아왔다”며 여왕의 건재를 알렸다.

4년 전이나 지금이나 선거 판세를 가른 키워드는 아르헨티나의 처참한 ‘경제’였다. 2007~2015년 집권한 크리스티나(페르난데스 당선인과 구분하기 위해 이하 크리스티나로 표기) 전 대통령은 개혁의 이름으로 공적연금을 확대하고 공공요금에 보조금을 지급했다. 또 석유ㆍ철도 같은 기간산업을 국유화하는 등 전형적인 국가주도 경제정책으로 저소득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과다한 복지재원 지출의 역효과는 금세 드러나 국가경제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여기에 장기집권에 따른 부정ㆍ부패까지 발목을 잡으면서 그는 2015년 권좌에서 물러났다. 크리스티나는 지금도 11건의 부패 소송에 연루돼 재판을 받는 중이다. 경제 회복의 열망을 안고 출범한 마크리 정권도 끝내 나라 곳간을 채우는 데 실패했다. 35%까지 치솟은 빈곤율에다 최근 1년 사이 페소화 가치는 70%나 곤두박질쳤다. 급기야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570억달러(약 66조6,700억원)를 빌려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바닥 수준인 경제 성적표는 같았으나 아르헨티나 국민은 전임자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줬다. 언론은 그 이유를 노회한 정치가의 선거 전략에서 찾는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크리스티나는 페론주의 대표 주자라는 분열ㆍ부패 이미지로는 중도층을 흡수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주요 공직 출마 경험이 없는 페르난데스 당선인을 이용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페르난데스 당선인은 학자와 행정가라는 수식어가 보다 어울리는 인물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대 법학교수를 지냈고, 정치 경험은 수도 시의원으로 잠깐 활동한 게 전부다. 크리스티나와의 인연은 재임 기간 내각 살림을 책임지는 국무실장을 맡은 정도다.

당선인도 기본적으로 페론주의자다. 다만 크리스티나가 밀어붙였던 외환통제에 반대하는 등 온건파로 분류된다. 최대 과제는 역시 국가부도 위기를 극복하는 일이다. 현지 컨설팅업체 엘립시스 자료를 보면 아르헨티나 국가부채는 2015년 국내총생산(GDP)의 41%에서 올해 72%로 급증했다. 당연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지만 그에게 별다른 위기 탈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NYT는 “당선인은 경제불황을 해결하는 계획도, 널뛰는 화폐가치를 안정시키려는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크리스티나가 당선인을 꼭두각시 삼아 ‘수렴청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분명한 점은 아르헨티나 좌파정권 복귀가 남미대륙에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것이란 사실이다. 2015년 마크리 대통령 당선은 중남미 ‘핑크타이드(Pink Tideㆍ온건 사회주의 물결)’의 몰락을 재촉한 출발점이었다. 거꾸로 최근 칠레 반정부 시위에서 보듯, 불평등 및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항의로 촉발된 민심의 분노가 아르헨티나 대선에 투영됐고 남미의 정치적 물줄기를 되돌리는 가늠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 AP통신은 “크리스티나의 재등장은 브라질, 콜롬비아, 칠레 등 보수정권이 득세했던 남미에서 좌파로의 권력 재이동을 알리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 페론주의 : 후안 도밍고 페론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부인 에바 페론이 내걸었던 경제사회정책. 외국자본을 배제하고 산업 국유화, 복지정책 확대와 임금인상을 추구하는 포퓰리즘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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